참고 : 해당 팬픽은 2011년 12월에, 검볼 시즌 1이 한창 방영중일때부터 쓰여져 왔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검볼의 설정과 다를 수도 있으니, 시즌 1 분위기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
[펭가놈]
일러두기: 네, P+님 블로그에 남아있던 번역물 가운데 마지막 장이고, 플롯 중 약 1/5 지점입니다. 또한 본 역주는 이 픽션과 검볼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일절 갖지 않음을 밝힙니다.
-----------------------------------------
The Loop
Written by Mr. Page
1st Translated to Korean by Mub
2nd Translated to Korean by 펭가놈
08. 저녁 시간
원본 : https://www.fanfiction.net/s/7647419/8/The-Loop
검볼은 살면서 최악의 날을 겪고 있고, 이건 그걸로 끝나지 않네요. 사실, 절대 끝나지 않아요! 검볼은 타임 루프에 갇혔고, 내일이 오기를 바란다면, 뭐가 문제인지 맨 밑바닥까지 샅샅히 뒤져봐야하죠.
독서 연령: Fiction K+ -
English
판타지/유머
작가의 말:
다시한번, 안녕하세요 모두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학교에서 읽고 쓰는게 좀 격렬
했습니다. 업데이트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위도가 있음을 기억
해주세요.
면책 조항: 저는 'The Amaing World of Gumball"에 나오는 캐릭터, 장소, 이야기에 나타날수 있는 다른 참
조를 포함하여 아무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참고사항: 이 이야기는 프로그램의 두번째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게시되었으므로 두번째 시작되기 전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
제 8 장. 저녁 시간
체육관의 양 끝에서 미식축구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들은 관중석 맨 앞줄에 선 주크의 박진감 넘치는 록 음악에 맞추어 발로 땅을 박차고 나왔다.
탄탄한 몸매의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고 나서 서로를 들이받으며 그들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팀들이 이리저리 공을 패스하며 재빠르게 반응하고, 달리고, 경기장 한 쪽 끝으로 피하는 등 전략적인 플레이를 보여줌에 따라 응원의 함성도 덩달아 커졌다. 스포츠 마니아들은 주변 학생들이 흥분에 겨워 발을 구르는 동안 자랑스럽게 함성을 질렀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록 음악의 비트를 완전히 압도해 버렸다.
검볼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줄이려고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세상에, 이 근육돼지들은 왜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끄는 거야?’ 그는 짜증을 내며 생각했다. ‘누가 땀에 전 나이 먹은 애들이 벽에다 머리를 박는 데 관심을 갖는단 거야? 빨리 페니를 보여 달라고!’
선수들은 던지고 받고 들이받기를 계속했고, 심지어 일부는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몇몇 흥분한 학생들을 짓뭉개고 나서야 진정하고 가 쪽으로 비켜섰다. 그 와중에, 주크가 록 음악을 좀 더 펑키한 비트로 바꾸었다.
그 다음은 로키였다. 인기 있는 복슬복슬한 오렌지색의 교내 잡역부가 꽤 부피가 커 보이는 종량제 봉투를 들고 관중석 앞으로 내달려와 밝은 얼굴로 신난 학생들에게 봉투 안에 들어있던 사탕, 야광 응원 봉, 폭죽, 심지어 원반 몇 개와 플라스틱 스포츠 물병까지 집어던졌다.
검볼이 손을 높이 뻗어 원반을 잡으려 했지만, 원반이 방향을 틀어버리는 바람에 클레이튼이 잡게 되었다.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빨간 점토 소년 말이다. 다윈이 캔디를 몇 개 붙잡아 레이첼에게 주었고, 그녀는 그의 주황색 볼에 짧은 키스를 했다. 아나이스는 파란 빛의 응원 봉을 흔들었다. 체육관이 이미 충분히 밝았음에도 야광 봉은 밝게 빛났다.
로키는 체육관을 두 바퀴 돌며 봉투가 빌 때까지 내용물들을 던지고는, 가 쪽으로 걸어가며 외쳤다. “가라! 머스탱!”
그러더니,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의 불빛이 약해졌고 주크가 음악을 껐다. 네 명의 소녀가 체육관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왔다. 두 명 각각이 각자의 가 쪽을 바라보며 말이다.
검볼이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양 손이 꽉 쥐어지고 피가 끓어올랐다.
마침내 그 순간이 당도하였다.
네 명의 치어리더들이 그들의 폼폼을 들어올렸다. 체육관 전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관중석 좌측 맨 끝에 위치한 학교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눈부신 트럼펫, 낮은 음색의 트롬본, 현란한 목관악기들, 그리고 쉴 새 없이 비트를 쏟아내는 드럼에서 교가가 울려 퍼졌고, 검볼은 다른 모든 학생들과 함께 일어섰다.
치어리더들은 팔을 흔들고, 다리를 뻗고, 공중제비를 돌며, 유유한 팀워크로 함께 우아한 춤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밴드의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쳤고, 치어리더들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검볼은 페니의 아름다운 몸짓에 숨을 빼앗겼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평온한 우아함과 눈부신 화려함으로 하늘을 가로질러 비추는 햇살.
노래가 후반부로 치닫자, 치어리더들은 한 곳으로 모여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고, 몰리, 페니, 카르멘, 그리고 테리가 공중제비를 몇 번 선보이다 고도의 끝에 다다름에 따라 중력에 몸을 맡겼고 아래에서는 몰리가 다음 동작을 준비했다. 카르멘이 먼저 몰리의 오른 팔에 올라섰고, 뒤이어서 테리가 왼쪽 팔에 올라섰다. 마지막으로, 페니가 몰리의 등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네 소녀들은 완벽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교가가 끝나는 순간에 맞추어 폼폼을 뻗었다.
온 체육관에서 박수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검볼은 흥분해서 함성을 지르며, 방금 목격한 놀라운 장면에 격렬하게 손뼉을 쳤다. 페니가 아름답게 정상에 올라서 있었다. 그녀는 최정상에 오를 모든 권리를 얻었다. 그리고, 검볼은 몰리, 카르멘, 그리고 테리도 (하는 걸로 보아 괜찮아 보였다) 잘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전체적으로, 네 사람 모두가 함께 장관을 이루어내었다.
잠시 동안, 검볼은 페니가 그와 눈을 맞추는 걸 보았다. 그녀가 어찌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는지 그의 가슴에 온기가 감돌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치어리더들이 자리로 복귀한 이후, 브라운 교장선생님이 복슬복슬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체육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빈 손을 들며 정숙할 것을 부탁했고, 군중들이 이에 따랐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브라운 교장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온 체육관의 스피커에 울려 퍼졌다. “먼저, 우리의 강한 머스탱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그는 미식축구 선수들을 가리켰고, 관중들이 함성으로 답했다. “그리고 우리 활기 넘치는 치어리더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그는 네 명의 소녀들을 향해 웃음을 지었고 그녀들은 선수들보다도 더 큰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우리는 지난 몇 경기에서 선두를 유지해 왔습니다.” 브라운 교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지요. 저, 브라운은 우리의 머스탱이 오늘 밤의 경기에서 우승해 8강에 진출하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떠십니까?”
학생들이 약간 절제된 듯한 함성을 보냈다.
브라운 교장 뒤로 약간 맛이 간 듯한 미식축구 선수가 달려오더니 그의 손에서 마이크를 뺏어들었다. “아니 쫌, 엘모어 여러분들!” 건장한 선수가 걸걸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저희가 이기는 모습이 보고 싶나요?”
이번에는 군중들이 더 큰 함성을 보냈다. “네!!!”
“저희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가요?”
“네!!!”
“저 패배자들에게 엘모어의 저력을 보여줄까요?”
“네!!!”
“자, 그 일이 언제 일어날까요?”
“오늘 밤!!!”
“좋아요! 다들 거기서 봅시다!”
그러곤, 무지 화가 난 것 마냥 그는 체육관 바닥에 마이크를 내던졌고, 보기보다 훨씬 세 보이는 힘으로 몹시 흥분한 듯 발로 계속해서 짓밟았다. 군중들이 이를 따라했고, 검볼은 사람들 속에서 폭탄이라도 터졌나 싶었다. 이는 흥미롭기는 했지만 기이한 일이었다.
브라운 교장선생님은 팀으로 돌아가는 미식축구 선수를 짜증 섞인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코너 밖에서 시미언 선생님이 밝은 얼굴로 브라운 교장에게 달려와 다른 마이크를 건네주고는 자리로 잽싸게 돌아갔다.
“예....” 브라운 교장이 안경을 바로잡으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방금 우리 팀이 그들의...정신을 보여 주었으니, 이제 우리 학교의 저력을 볼 차례로군요. 시미언 선생님, 밧줄을 가져와 주세요.”
군중들은 시미언 선생님이 양 끝이 묶인 길고 두꺼운 빛바랜 밧줄을 끌고 왔다. 그리곤 체육관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시간이 되었군요.” 브라운 교장선생님이 말했다. “전통적이고 즐거운 경기인 ‘줄다리기-전쟁’을 할 시간 말입니다. 각 학년에서 경쟁을 희망하는 분들께서는 일어서서 중앙으로 모여 주십시오.”
검볼은 아래쪽 관중석에서 비명소리를 들었고 티나와 헥터가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관중들이 나가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검볼을 포함한 나머지 동급생들은 아무도 참전을 원하지 않았다.
상급생들이 한 쪽에 일렬로 늘어섰고, 티나와 헥터가 맞은편에서 홀로 그들을 상대했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티나가 줄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상급생들은 체육관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상냥한 거인 헥터가 벽에 부딪히기 전에 그들을 모두 받아내었다.
모두가 박수를 쳤다. 존경심이 아니라 경외심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가장 센 학생들이 누군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티나와 헥터가 학교에 발을 들인 첫 날부터 그리 정해졌다. 그러고 보면 둘 다 가장 낮은 학년이었다!
“에...” 브라운 교장선생님이 자리로 돌아가는 도전자들을 보며 말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나 버렸군요.” 그는 목을 가다듬고는 왼편을 향해 팔을 들어올렸다. “여러분, 이제 추첨 시간입니다. 우리의 생활 지도 교사, 스몰 선생님을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폭신해 보이는 하얀 괴짜가 부드러운 환호 속에 들어왔다.
“안녕, 얘들아.” 그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뭔가 태평한 느낌이 있어 그에게 영혼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을 갖게 했다. “하아, 너희 모습들을 좀 보렴, 이런 과격한 경기를 응원하고 있잖니. 조금 폭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열정만큼은 굉장하구나. 정말 협조적이고, 단합되어 있어. 우리 학교가 커다란 쇳조각을* 위해 멀고 험한 고난을 겪을 때, 모두가 함께 모여 마음을 담아 함성을 지르고 있으니 말이야.”
*(역주: 정황상 트로피를 말하는 것 같네요.)
검볼은 짜증내려는 자신을 참아야만 했다. ‘아니...제발, 1절만 해요! 루프가 더 길어지는 꼴은 못 본다구요!’
“너희들의 별나긴 하지만 멋진 열정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엘모어 중학교에서 행운의 당첨자 세 명을 위해 상품을 준비했단다.”
스몰 선생님은 호주머니에 손을 뻗어 작은 종이를 꺼냈다.
“오늘 낮의 커피 콩 챌린지에서, 콩의 실제 개수를 넘기지 않고 가장 가깝게 추정한 세 명의 학생들에게 다음 상품들이 제공될 거야. 당첨자들은 펩 페스트가 끝나고 난 뒤에 상품을 수령해 가면 돼.”
체육관 전체가 잠잠해졌다. 지도교사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내가 점심시간에 들고 있던 병에는 정확히...” 그는 카드를 쳐다보았다. “52,691개의 커피콩이 들어있었단다.”
어이가 없다는 듯 탄식이 체육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검볼은 10갤런 짜리 병이 한 가지를 그렇게 많이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커피콩처럼 작은 것일지라도.
“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데.” 다윈은 머쓱했지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도.” 검볼이 말했다. 젠장할, 그의 추측은 너무 약했다. 다윈이 훨씬 가까웠다. 그냥 대충 생각해본 숫자였는데도 말이다!
“레이첼, 너도 해봤어?” 다윈이 물었다.
“아니, 난 평소에 그런 거에 약해서 말이야. 게다가 상품은 아마 그냥 상품권이나 뭔가 싸구려인 물건일 거니까.”
다윈이 그의 동생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나이스, 스몰 선생님께서 어떻게 저 속에 저 많은 콩들을 집어 넣으셨는지 알아?”
“확실히는 모르겠는걸.”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밖에서 본 콩들이 실제보다 커 보여서 그런 걸지도,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어떻게 한 건지 전혀-”
“놀랍지? 나도 안단다.” 스몰 선생님은 아득한 침묵이 길어지는 걸 웃으며 지켜보았다. “그래, 내가 커피를 좀 많이 마시긴 하지.” 그가 가볍게 싱긋 웃었다. “그래...어쨌든, 이제 당첨자들과 상품들을 소개해 줄게.”
체육관이 다시금 조용해졌다.
“3위는 시미언 선생님의 학생인 보버트란다.”
검볼은 그의 몇 걸음 뒤에서 기계적이고 단조로운 “예이!” 소리를 들었다. 보버트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로봇은 군중으로 가득한 줄들을 지나 체육관 바닥을 향해 걸어 내려갔다. 그가 스몰 선생님에게 다가서자 그의 디지털 검정색 눈이 꽤나 기대에 차 보였다.
“제 상품은 무엇입니까?” 그가 신나서 물었다.
지도교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상품은 근처 빵집에서 갓 사온 신선한 네덜란드식 애플파이란다.”
검볼은 보버트의 눈빛에서 즐거움이 약간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의 로봇 친구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지금 한가운데서 수많은 시선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스몰 선생님이 목을 가다듬으며 계속 이어나갔다. “2위도 시미언 선생님의 학생, 오쵸야!”
8비트 검정색 거미가 보버트가 있었던 자리에서 뛰쳐나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스몰 선생님의 옆에 있던 그의 옆에 합류했다.
“자, 우리 별난 복고풍 친구는 8기가짜리 USB 3개란다. 숙제, 사진, 음악, 그리고 너희 세대들이 좋아하는 다른 여러 가지 끔찍한 것들을 보관하는 데 쓰렴.”
오쵸는 그 상품에 언짢아 보였고, 보버트는 아까보다 더 짜증난 듯해 보였다.
“허, 오쵸한테는 좀 아이러니한 상품이네.” 아나이스가 눈썹을 세우며 말했다. “8기가짜리 USB 3개라, 250억 명의 오쵸가 써도 충분하겠는데.”
다윈과 레이첼이 이 말에 낄낄거렸다. 검볼도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갔지만 곧 아나이스가 잠재적으로 루프를 벗어날 기회를 망쳐 놓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고, 다시 그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마침내,” 스몰 선생님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우리의 1등 상품은...”
체육관은 이보다 더 조용할 수 없었다. 심지어 관중석도 침묵에 잠기었고, 위에 달린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리마저도 들릴 정도였다.
스몰 선생님이 오른쪽을 보았다가 다시 왼쪽을 보고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에그헤드들! 믿기 어렵겠지만, 이번에도 시미언 선생님의 학생들이란다!”
체육관 전체가 잠시 잠잠한 채 있다가 약간의 환호를 보냈다. 아주 약간. 에그헤드들은 우쭐하게 스몰 선생님을 향해 걸어 나갔다.
“너희 둘의 상품은 신형 MP3란다. 만 개의 곡을 저장할 수 있어!”
검볼과 체육관의 4분의 3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그의 파란 귀 사이로 흘깃 다음과 같은 말들이 오가는 걸 들었다고 확신했다.
“나도 범생이나 할 걸!”
“어쩌라고, 내 건 3억 개 저장할 수 있거든?”
“무슨 사기를 친 게 분명해!”
검볼은 그의 왼편에서 레이첼이 굉장히 짜증난 모습으로 에그헤드들에게 증오가 서린 눈빛을 보내고 있던 걸 알아차렸다.
검볼은 자기 학급의 최고 범생이 네 명이 어떻게 모든 상품들을 싹 쓸어간 건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의 의심은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그 네 명 모두 수학에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었고, 그러니 커피콩 챌린지는 그저 알고리즘과 기하, 그리고 기타 수학적 장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에그헤드들은 그들의 승리에 살짝 전율했다. 우쭐한 미소가 그들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보버트는 눈의 빨간 불빛과 집게 같은 양 손을 강하게 틀어쥔 걸로 봤을 때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그리고 오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그의 8비트 다리 하나로 머리를 긁고 있었다.
“자아.” 스몰 선생님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이제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상품은 이걸로 마지막이란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되지. 승패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승자라는 걸.” 그러고 나서 그는 브라운 교장선생님에게 마이크를 넘기고는 걸어 돌아갔다. 곧 그는 얼굴이 군중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급히 볼에 손을 대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보버트 말이야, 아무리 봐도 승자의 얼굴이 아닌데?” 검볼이 다윈에게 속삭였다. 둘은 조용히 킥킥거렸다. 다윈이 덧붙였다. “뭐 그래도 좋은 얘기는 들었잖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스몰 선생님.” 브라운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승자들을 위한 함성소리를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들어봅시다.”
검볼, 다윈, 레이첼, 그리고 아나이스가 박수에 동참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눈치를 보았다. 그들의 예측이 더 정확했길 바랐던 적지 않은 학생들의 짜증난 모습이 꽤 뻔해 보였고, 네 명 모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펩 페스트가 몇 분 남지 않았으니, 우리 머스탱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고 싶군요.”
미식축구 팀 전체가 걸어 나와 복슬복슬한 교장 뒤로 모여 섰고, 그를 우람한 덩치와 굳은 표정의 선수들 사이에서 작아지게 만들었다.
“저희 팀이 오늘 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희 치어리더들과 함께하시고 저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열정과 함성을 전해 주세요.”
“관전하러 오시거나 집에서 경기를 보시거나 어느 쪽을 고르시건, 팀을 위해 커다란 함성을 지르시고 이 야생마들이* 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역주: 팀 이름인 ‘머스탱’이 말의 한 종류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는 하늘을 향해 내질렀다. “가라, 머스탱!”
체육관의 모든 학생들이 따라서 소리쳤다. “가라, 머스탱!”
검볼도 그의 동생들, 레이첼과 함께 신나게 외쳤다. 비록 이 경기가 그의 생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일이었을지라도, 그는 지난 며칠간 루프와 그가 그 속에 갇힌 이유 말고는 어떤 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지막 함성이 끝나고, 종이 울리자 모두들 흥분과 광란으로 문으로 뛰쳐나갔다. 검볼은 다윈과 아나이스와 함께 혼잡함이 줄고 출입구가 덜 막힐 때까지 뒤에서 기다렸다.
“어, 버스를 잡아타려면 지금 나가야겠는데.” 다윈이 말했다.
“너희들이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캐리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편하지 않다면 나도 그냥 너희들을 따라 나갈 거야.”
“응, 괜찮아. 캐리.”
“너희들 먼저 가 있어.” 검볼이 다른 곳으로 향하며 대답했다. “난 잠깐 페니랑 얘기 좀 하고 올게.”
관중석 쪽에서는 카르멘과 몰리가 테리와 대화하고 있었다. 페니는 옆에 비켜서서 여전히 폼폼을 손에 쥔 채로 팔을 뻗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정말 멋졌어, 페니.” 검볼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사랑을 담아 말했다.
페니의 얼굴이 붉어졌고 미소를 띠었다. “고마워, 검볼. 네가 응원해주는 거 봤어.”
둘이 어색하지만 낭만적인 고요함을 즐기려던 찰나에 누군가 끼어들어 산통을 깼다. “저기, 검볼?”
몰리였다.
“네 말대로 테리가 보건실에 있더라고.”
검볼은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랐다. “어, 그래. 제때 찾아내서 다행이네. 걔 괜찮아?”
“응, 그냥 다리에 약간 주름이 졌을 뿐이었대. 다행히 일이 커지진 않을 거야. 근데 말이지, 궁금한 게 있어.” 몰리의 목소리가 조금 더 진지해졌다. “너, 어떻게 테리가 보건실에 있는지 정확히 안 거야?”
“몰랐어.” 검볼이 급하게 둘러댔다. “말했잖아. 그냥 추측해 본 거라고.”
“그래...?” 몰리가 대답에 조금 의심스러워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 오늘 아침에 레이첼이 화장실에 가 있던 건 또 어떻게 안 건데?”
검볼은 목이 약간 움찔거리는 걸 느꼈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몰리가 그를 의심스럽게 노려보았고 페니는 꽤나 곤란해 보였다. 운 좋게도 검볼은 이미 뭐라 답할지 알고 있었다.
“아침에 내가 시미언 선생님이랑 같이 교실에 들어올 때 복도를 지나가는 걸 봤어. 레이첼이 정말 화장실에 가려던 건지는 몰랐지만, 그냥 그 쪽으로 걸어 가 길래 그런가 보다 했지. 그때 내가 기분이 좀 좋아서 그냥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완전히 진실만을 말한 건 아니었지만, 검볼은 사족을 붙여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레이첼의 위치를 알고 있던 ‘진짜’ 이유를 말해 주었다면 몰리와 페니는 단순한 의심 ‘이상’으로 그를 쳐다보았을 테니.
예상 외로 몰리는 나름 납득한 듯 했다. “아아, 그래. 의심스럽게 캐 물어서 미안. 그냥 네 말대로 걔가 거기 있던 게 좀 이상해서 그랬어.”
“괜찮아.” 검볼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나도 내 예상이 맞아서 조금 놀랐어. 흔히 있는 일이 아니거든.”
어이, 그건 사실이 아닌가....
검볼은 버스를 타야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체육관의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1분, 아니면 2분 정도밖에 여유가 없었다.
“나 이제 가 봐야 해, 페니.” 그리고 검볼은 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늘 밤 경기가 다 잘 되길 바래!”
“응. 고마워!” 페니가 폼폼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밤에 올 거야?”
“잘 모르겠어. 생각해 볼게!”
“그래. 오늘 또 볼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애!”
“어쩌면. 잘 있어, 페니! 사랑-”
검볼은 ‘해’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혀를 깨물어 버렸다. 이렇게 모든 일들이 잘 풀려 갔는데, 이제 와서 그가 일을 그르칠 일은 없었다. 단순히 부끄러운 일 때문에 하루를 다시 살아야 한다는 건 너무 유치한 장난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문에 다다른 뒤 페니가 얼굴을 붉히며 웃는 모습을 보았다. 검볼은 이보다 더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걸 본 적이 없었다.
-----------------------------------------
검볼은 로키가 문을 닫으려는 찰나에 버스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그는 다윈과 함께 뒷자리에 앉았고, 한편으로는 아나이스와 그녀의 좋을 것 없는 태도를 가능한 한 멀리 하도록 했다.
“페니랑은 어떻게 됐어?”
검볼은 이 질문이 다윈이 할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슨 일인지 질문자는 그의 한 자리 앞에 앉아 있던 캐리였다.
“어?...음.” 검볼은 왠지 어색함을 느끼며 그녀 앞에서 말을 더듬었다. “굉장했지. 페니는 최고의 공연을 선보였었고 난 그냥 걔한테 다시금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왔어.”
“잘 됐네.” 그러곤 캐리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런 말도 더 하지 않았다.
검볼은 캐리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친구로 여겼지만, 그와 캐리는 그녀의 식사 경험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이 변칙적인 일에 대해 깊이 파고들기 전에 검볼은 머리를 흔들며 대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로 루프를 탈출하는 것 말이다.
여태까지는 모든 일들이 완벽했다. 그는 아침식사 때에도 소리치거나 우는 일 없이 무사히 해냈고, 오전수업도 무난했으며, 점심때에도 홀리는 일 없이 무사히 넘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펩 페스트를 관람하며 페니의 미소를 보았다. 이제 저녁 시간만이 남았다. 뭐 얼마나 어렵겠는가?
“너희 키스했어?” 다윈이 물었다.
검볼이 자리에서 고꾸라질 뻔 했지만 그 전에 균형을 되찾았다. “뭐?” 검볼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페니랑 말이야.” 그의 동생이 답했다. “드디어 키스를 한 거야?”
검볼의 볼이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부끄럽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했다. “아니, 다른 여자애들 앞에서 그러는 건 조금 뭐한 거 같아서 말이야. 게다가, 잘 했다는 말이랑 행운을 빈다는 말밖에 할 시간이 없었다구.”
“난 네가 진짜로 곧 걔랑 키스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라도 말이야.” 레이첼이 놀리듯이 말했다. “나는 ‘곧’ 해보는 쪽을 추천할게.”
검볼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그냥 만약에 네가 정말로 걔랑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걔한테 네 마음을 전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야. 누군가 너보다 먼저 페니를 채가기 전에 말이야. 키스란 건 말이지, 둘 사이의 관계에 쐐기를 박는 일이라구.”
“그럼 넌 혹시 다윈이랑 키스한 적 있어?” 그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레이첼과 다윈 모두 얼굴이 빨개졌다.
“음...아직은 아냐. 입술엔 말야. 아무튼, 우리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구.”
“그럼 ‘너도’ 다윈을 뺏기지 않을까 걱정해야 되지 않을까?”
레이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아는 사람들 중에 나 말고 누가 또 다윈한테 치였는데?”
“글쎄,” 검볼이 말했다. “전에 마사미가 한 번 그런 적이 있었지. 그리고-”
“그런 적 없으니까 거기 니들 좀 닥쳐!”
마사미가 버스 한가운데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새까만 먹구름으로 변했고, 속에서 천둥소리가 위협적으로 커져갔다.
“조용히 좀 해 주렴, 마사미.” 로키가 버스 스피커를 통해 말했다. 구름 소녀는 그녀의 원래 모습인 하얀색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검볼이 말을 이어갔다. “네 질문에 대답하자면 말이야, 레이첼. 아무도 그런 적 없어. 나랑 페니 사이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아무 걱정도 안 해. 우리 둘은 잘 되어가고 있어. 언젠가 관계를 진전시킬 좋은 때가 온다면 최고겠지. 하지만 난 지금 당장은 다른 급한 일이 있어.
아나이스가 코웃음을 쳤다. “하, ‘저런 일’도 생길 줄이야.”
검볼이 그녀를 노려보았고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주황색 지느러미가 그의 입을 막았다.
“제발 그만!” 다윈이 둘 사이에서 간곡히 부탁했다. “너희 둘 제발 그만둬 주지 않겠어? 아침부터 계속 그랬잖아! 그냥 그 접시 건은 잊어버려. 너희 둘이 서로 싸울 이유가 못 됀다구.”
“접시?” 레이첼이 물었다.
“검볼이 실수로 우리 엄마의 귀한 중국 접시를 깼거든.”
레이첼의 표정이 흥미에 찼다. “오우, 어머니께서 좀 화나셨겠는걸.”
“뭐, 네 말대로, 그랬었지.”
다윈과 레이첼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접시 건에 대해 얘기하다가 부모들이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 지 이야기했다. 몇몇 얘기들은 꽤나 재밌었지만, 방금 전의 일 때문에 아나이스와 검볼은 웃거나 말하지 않았다.
-----------------------------------------
버스가 그의 집 앞에 섰을 때, 다윈은 레이첼에게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인도 쪽으로 걸어가며 세 형제들은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보았다. 구름은 깃털과도 같았고 하늘은 깔끔한 남색과 커다랗고 미소 띤 태양이 높이 걸려 밝게 빛났다.
“날씨 좋네.” 다윈이 형제들 사이에서 말했다.
검볼과 아나이스가 웅얼거렸다. “그러게.”
“야!” 다윈의 얼굴이 밝아졌다. “엄마한테 저녁 먹고 나서 오늘 밤 경기하는 거 보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자! 우리 숙제도 없으니까 될 거 같아! 어서!”
다윈이 힘차게 집으로 달려갔다. 아나이스는 검볼을 쳐다보지 않고 앞으로 계속 움직였다. 검볼은 저녁을 어떻게 보낼 지 고민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가 대문까지 절반 정도 왔을 무렵, 울타리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꼬마야!”
검볼이 돌아보았다. 로빈슨 씨가 울타리에 매달려 있었다. 검볼은 지체 없이 그 나이든 이웃에게로 달려갔다.
“꼬마야, 오늘은 어땠니?” 로빈슨 씨가 물었다. 그의 눈빛은 호기심과 피곤함 사이 어딘가에 잠겨 있었다.
“최고였어요!” 검볼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제 모든 실수들을 피하고 고쳐냈어요! 그리고 ‘마침내’ 펩 페스트도 구경했구요! 페니가 엄청 기뻐했다니까요!”
“그것 참 잘 됐구나.” 나이든 인형이 잽싸게 덧붙였다. “뭔가 잘못된 일은 없었니?”
검볼이 다시 인상을 썼다. “그냥 우리 멍청한 아나이스가 제가 깨먹은 접시 때문에 하루 종일 불만을 표출하고 있을 뿐이에요. 제가 아래층에서 엄마한테 사과하기로 한 게 자기 생각이었고 내가 거짓말을 했대나? 진짜, 싸우기에는 너무 바보 같은 이유 아닌가요?”
“혹시 ‘그 꼬마’가 너한테 내려가서 사과하자고 했니?”
“어...네. 그래도 걔는 지난밤에 해야 한다고 했었다구요...어, 그러니까 제가 루프에 걸리기 전 밤이요.”
“그러면 너, 혹시 ‘거짓말’을 한 게냐?”
검볼이 낙담한 듯 신음을 흘렸다. “아니요!!! 전 그냥 아나이스가 제게 알려주기 전에 제 스스로 사과하러 갔어요! 네, 물론 엄마가 저한테 스스로 내려와 사과하려 했냐고 물어 보시기는 했죠, 하지만 전 사과해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사실상 지난 루프에서 이미 다 겪어봤으니까요! 이건 솔직한 걸로 쳐야죠, 안 그래요?”
로빈슨 씨가 아무 말 없이 안경을 고쳐 썼다. “음...일들이 모두 잘 되어간다니 잘 됐구나. 하지만 잊지 마렴, 꼬마야. 아직 하루는 끝나지 않았어. 가끔은 하루를 어떻게 끝맺느냐가 시작과 일과만큼이나 중요하단다.
“뭐, 얼마나 어렵겠어요?” 검볼이 미소 지었다. “그냥 잘 때까지 조용히 지내야겠어요.”
“그냥 네게 가능한 한 방심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라.” 로빈슨 씨가 궁시렁거렸다. “네가 루프에 오래 갇혀 있을수록, 나 또한 계속 갇혀 있어야 해. 이제 가 보렴, 난 이제 치킨 알프레도를 먹으러 가야 한단다. 또!”
그 말과 함께, 로빈슨 씨는 울타리에서 내려와 검볼을 남겨둔 채 떠났다. 검볼은 그 너머에서 그의 까칠한 이웃이 집으로 돌아가 문을 쾅 닫는 소리를 들었다.
-----------------------------------------
검볼이 집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들은 소리는 바로 그의 이름이었다.
“안녕, 검볼.”
그 목소리가 단번에 그의 목을 메이게 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보았고 그의 어머니가 굉장히 쓴 것을 삼킨 듯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네, 엄마...?” 검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좋은 하루 보냈니?” 그녀가 마치 비난하는 듯이 말했다. “수업은 잘 듣고 있고?”
검볼은 목 안을 찌르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네...다 잘 됐죠.”
니콜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잘 돼?”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거대한 기둥처럼 아들 앞에 섰다. “F를 받은 게 잘 된 일이니?” 그녀의 목소리가 마지막 어절을 내뱉는 순간 분노로 타올랐다.
검볼은 어리둥절한 채 서 있었다. 잠시 동안은 아나이스가 그가 접시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의 일을 되새기자 검볼의 눈은 충격에 번쩍 뜨였다. 그는 시미언 선생님에게 부탁해 다윈의 것과 맞바꾼 F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검볼, 왜 시미언 선생님께서 전화로 네가 과학 보고서에서 F를 받았다고 하신 거니?” 그녀가 열을 올리며 물었다. “나한테 다윈이랑 같이 보고서를 끝냈다고 말했잖니!”
“그랬었죠!” 검볼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냥...” 그러곤 그는 왜 처음에 다윈이 F를 받았는지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제...제가-”
“이름을 적는 걸 까먹었다고?” 니콜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든 부끄러움을 견뎌내며, 검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어머니가 폭발했다. “어떻게 ‘일주일’동안이나 한 과제에 네 ‘이름’을 적는 걸 까먹을 수가 있니!”
검볼은 초라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켰다. 스스로를 변호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집중력이 ‘너무도’ 모자라서 일이 제대로 되어가는 지 두 번 확인하는 것조차도 어려웠던 거니?” 그의 어머니가 쏘아붙였다. 그러곤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냉정을 되찾았다. 거의 슬플 정도로. “점수에 대한 걱정은 안 하니? 아니면 최소한 다윈을 위해서라도? 네가 다윈의 이름을 적는 것마저 까먹었다면? 그때 네 기분은 어떨 것 같니?
니콜이 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얼굴이 순간 그 절반으로 푸른빛을 잃었다. 전에 검볼의 입이 말랐었다면, 이제는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눈길이 바닥을 곳곳을 훑었다.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너...안 썼었구나.” 니콜이 어조의 변화 없이 조용히 말했다.
검볼은 고개를 들자 어머니의 바뀐 표정에 놀랐다. 답은 알고 있지만 그게 어째서 그런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하지만 다윈은...자기가-”
“네! 그래요!” 검볼이 쏘아붙였다. “제가 F를 달라고 했다구요!”
니콜이 혼란스러움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
“제가 프로젝트에 다윈의 이름을 집어넣는 걸 까먹었었다고요!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시미언 선생님을 붙잡고 제 점수를 다윈에게 대신 주라고 설득했어요!”
니콜이 눈을 크게 뜬 채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검볼은 이 사실이 알려져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의 불안함은 몇 초 전에 비하면 분명 줄어들었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의 어머니가 다윈에 대한 그의 희생을 자랑스러워 해 줄지 말이다.
그러나 니콜의 표정은 충격에 휩싸여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너...네 동생을 잊고 있었어...”
검볼은 그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어쩌면 제대로 듣지 않았었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네?”
이번에는 니콜의 목소리가 그녀의 분노만큼이나 분명했다. “어떻게 다윈을 잊어버릴 수가 있니? 여태까지 함께 작업해왔으면서도!”
검볼의 입이 벌어졌다. “엄마, 못 들으셨-”
“다 들었어! 그리고 난 네가 네 동생에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검볼이 당황 속에 느낄 수 있던 건 분노뿐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 “아니! 제가 다윈의 F를 가져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걔가 제 A를 받았어요! 둘 중에 한 명은 통과했다구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거예요?”
“이건 네 점수의 문제가 아냐, 검볼! 내가 지금 질린 이유는 네 무심함 때문이라고!”
“네에에에???” 그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번 생각해 봐!” 니콜이 쏘아붙였다. “너랑 다윈이 어른이 됐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 것 같니? 이건 마치 절반밖에 작성되지 않은 청구서를 우편으로 부치는 거랑 똑같은 일이야! 그게 관련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라도 말이야!”
“엄마, 이건 그저 과학 보고서일 뿐이에요! 앞으로는 더 많은 중요한 과제들이 있을 거고요. 전 그냥 나쁜 성적을 받은 사람일 뿐이에요. 그냥 그렇게 안고 살아갈 거예요! 별로 큰일도 아니라구요!”
“아니! 어떤 일이든지 교육과 관련이 있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야!”
검볼이 대꾸하기 전에, 니콜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더 이상 말하지 마! 넌 오늘 남은 하루 동안 외출 금지야. 방으로 돌아가서 저녁때까지 기다려.”
검볼의 몸의 감각의 흔적들이 모두 산산조각 났다. 그의 손은 앞으로 뻗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폐에서 흘러나오는 건 옥죄인 숨소리뿐이었다.
“가라고 했다. 검볼.” 니콜이 2층을 가리켰다.
무의식 속에서 검볼의 다리가 그를 계단 위로 옮겨 주고 있었고, 그를 방 안에 데려다 놓았다. 그의 얼굴은 아래쪽 침대에 쳐 박힌 채 혼란과 충격, 무감각함에 휩싸여 있었다.
“검볼?” 다윈이 물었다. 그는 걱정하며 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엄마가 뭐라고 하셨길래 그래?”
다윈이 다시 두드렸지만 검볼은 답이 없었다. 그의 정신이 현재를 떠나 어딘가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
검볼은 두 시간 동안 위쪽 침대 밑의 나무 프레임을 힘없이 쳐다보며 그 곳에 누워 있었다. 그는 누운 이후로 말 한마디를 꺼내지 않았고 숨조차도 고르게 쉬지 않았다. 그가 미동도 하지 않자 다윈은 그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 형의 맥박을 확인해 보았다.
“얘들아, 저녁 먹으렴!” 니콜이 불렀다.
다윈이 멋쩍게 말했다. “어, 검볼? 저녁 먹으래.”
검볼이 눈을 깜박였다. 그는 일어서서 방을 걸어 나갔지만, 주변의 어떤 것들도 의식하지 않았다. 적어도 아까에 비하면 나아지긴 했다.
검볼의 반쯤 죽은 듯한 행동은 식탁 앞에서도 이어졌다. 그의 어머니가 만든 구운 맥 앤 치즈가 그의 포크에서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가 포크를 너무 느리게 들어 올리는 바람에 입에 다다를 때 쯤 그가 맛볼 수 있었던 건 녹은 치즈와 구운 부스러기 몇 개뿐이었다.
다윈과 아나이스 모두 걱정된 얼굴을 하고는 자기들 음식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얘들아, 어서 먹으렴.” 니콜이 말했다. “음식이 식고 있잖니.”
오직 다윈과 아나이스만이 이에 따랐다. 그들은 검볼의 음울한 노력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애쓰며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
반면 니콜은 아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슬프게 인상을 쓰며 그녀가 받았던 전화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검볼에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민했다. 그녀가 택한 방법의 결과의 참담함이 그녀의 식욕을 압도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오직 리처드만이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검볼의 행동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 아들?” 그가 말했다. “마카로니를 뜨지 말고 찍어서 먹어 보렴.”
“검볼은 그의 말을 들은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들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은 걸지도.
아나이스가 한 숟가락 가득 삼키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저기, 다윈? 오늘 밤 경기가 어쩌고 하지 않았어?”
그녀도 지금이 이런 말을 하기에 썩 좋은 분위기가 아닌 건 알았지만 식탁의 분위기를 전환하려면 뭐라도 해야만 했다. 모두를 위해서.
다윈이 대답했다. “어...그랬지. 근데,” 그가 형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젠 별로 그러고 싶지 않네.”
니콜이 시선을 다윈에게서 검볼로 옮겼다. 그는 음식을 아직 절반도 채 먹지 않았다. 그녀가 차분히 말했다. “나도 그래. 오늘 밤은 그냥 다 함께 집에 있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래도 TV로 경기를 볼 수 있으니 말이야.”
“알겠어요.” 다윈이 말했다. “재밌을 것 같네요.”
“그래.” 리처드가 끄덕였다. “넌 어떠니, 검볼? 괜찮은 것 같니?”
“아쉽지만 검볼은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거예요, 리처드.” 니콜이 부드러웠지만 여전히 직설적인 어투로 말했다. “얘는 지금 벌을 받는 중이고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네?” 다윈이 조금 조급해하는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아무 일도 아니란다. 다윈.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니콜은 다윈이 자신의 성적에 대해서 모르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가 검볼에게 기분이 상하거나 그에게 화를 낼 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이는 모두 그를 위해서였다.
그녀가 침착하게 시선을 검볼에게로 돌린 순간, 니콜은 약간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그에게 홀로 보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경험 속에서, 니콜은 부모가 된다는 건 자신의 아이들이 언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검볼의 경우에는, 그가 이 시간이 너무도 필요하다는 게 이보다 더 분명할 수 없었다.
-----------------------------------------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한 뒤, 니콜과 그녀의 가족들이 소파에 둘러앉았다. 번쩍 하고 TV가 켜지며 학교의 미식축구 경기장을 둘러싼 스탠드에 몰려든 군중들을 드러내었다. 녹색 빛의 100야드의* 경기장이 밝게 비춰졌고, 양 팀의 열렬하고 광분한 얼굴들을 드러냈다. 엘모어 머스탱즈와 세이모어 그리즐리가 모두 준비를 마쳤다. 8강 진출을 향해 질주하고, 싸우며, 돌진할 준비를.
*(역주: 약 91.4m)
한편, 검볼은 위층의 자기 방에서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알람시계에 고정되어 있었다. 매 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의 뇌가 오늘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그를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그 짧은 5분 동안 그의 모든 하루와 그의 모든 성과들이 구겨지고 불타 무로 돌아가 버렸다. 그의 어깨 위의 마크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 무게가 주먹을 움켜쥐게 했다. 검볼은 이렇게 화가 난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누구에게 가장 화가 나야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모두들, 그리고 그들의 문제들....하지만 이들 가운데, 누가, 가장 비난받아야 할까?
미식축구 경기는 양 팀이 막상막하로 하프타임에 이르렀고, 니콜은 누가 이기고 지는 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그 자리에 없던 단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선을 TV에서 2층 쪽으로 올려다보며, 그녀는 아들에게 내려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 머릿속의 작은 엄한 목소리가 검볼에게는 그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되새기었다.
그러곤, 그녀는 소파의 다른 빈 자리를 눈치채었다.
그녀는 시야 끝에서 아나이스가 계단을 절반가량 올라간 것을 보았다.
그녀와 딸이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딸이 무엇을 할 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니콜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나이스가 작은 미소와 함께 끄덕이며 계속해서 올라갔다.
작은 핑크색 토끼가 오빠의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와 2층 침대의 위로 향했다. 그녀는 사다리에 발을 디디고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검볼?”
아나이스의 목소리에서 분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위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사다리를 붙잡고는 올라가 그녀의 오빠가 굳은 자세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멍하니 천정을 응시할 뿐이었다.
“검볼?”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녀의 큰오빠는 대답은커녕 아는 척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나이스의 귀가 축 쳐졌다.
“검볼...그냥 오늘 내가 네게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어. 나도 접시 건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엄마를 마주하는 게 정말 무서웠을 거란 것도 말이야.”
아나이스가 후회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핑크색 손이 오빠의 이불을 꼭 쥐었다. “오빠한테 소리 지르는 게 아니었어. 난 그냥 엄마가 오빠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더 화를 내실까봐 두려웠을 뿐이었어. 사실 누가 뭘 하기로 하고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나도 알아. 난...난 그냥 걱정돼서 그랬어. 그게 다야.”
여전히 굳어 있는 오빠를 다시 올려다보며, 아나이스가 마지막 한 마디를 꺼냈다.
“정말 미안해, 검볼.”
아나이스는 그가 뭐라도, 아무거나 말해 주길 빌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고 감정조차도 결여되어 있었다.
아나이스는 한숨을 쉬며 다시 아래로 내려와 문으로 돌아가서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계단에 다다르기 전에 그녀는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훔쳤다.
-----------------------------------------
경기는 10시가 되기 불과 몇 분 전에 종료되었고, 워터슨 가족 넷은 곧장 자러 올라갔다. 다들 잠옷을 갖춰 입고는 양치를 하기 위해 화장실 앞에 모여 줄을 섰다.
“최고의 경기는 아니었네.” 리처드가 한 마디 했다. “마무리가 왠지 특히 비극적이었지만 뭐, 그게 세상의 끝은 아니니까, 그치?”
“맞아요.” 나머지 셋이 말했다. 경기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화장실 문이 열렸고 검볼이 걸어 나왔다.
“얘...아들,” 검볼의 분노 가득한 얼굴을 보자 리처드의 목소리가 걱정에 질질 끌렸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무심해 있었기에, 리처드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조차도 틀린 답이었다. “어...머스탱이 초반에 얼마나 잘 했는지 듣고 싶니?”
검볼이 모두를 무시하고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화가 나 보였다.
니콜 속의 엄한 목소리는 그녀에게 가게 두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결국 그녀는 규칙을 어기고 분노의 행진을 하는 아들의 뒤를 따라갔다.
“아가?” 그녀가 물었다.
검볼은 못 들은 체 했다.
“아들?”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방 문 앞에서, 니콜의 목소리는 속삭임으로 변했다.
“껌-냥아?”
검볼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그는 방으로 걸어가 문을 붙잡았다.
“사랑한-”
니콜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문이 쾅 닫혔다.
검볼은 스웨터와 바지를 벗어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팬티만 걸친 채 침대 위층으로 올라갔다. 몇 분 동안 그는 답답한 관 속에 들어간 시체처럼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다윈이 들어와 살며시 문을 닫자, 검볼은 그가 사다리를 올라 아나이스가 한 시간 전에 서 있던 곳에 멈춰서는 것을 들었다.
“검볼, 무슨 일이야?” 다윈이 애원했다. “우리 모두 널 걱정하고 있다구.”
검볼은 입을 떼길 거부했다. 그는 계속해서 천장을 응시했다. 단조롭고, 까만 천장을.
“검볼, 제발, 말 좀 해줘. 너랑 나는 뭐든 얘기할 수 있잖아.”
여전히 검볼은 어떤 말도 듣지 않았다.
다윈은 소용이 없단 걸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불을 껐다.
“아침에는 좀 기분이 풀리길 바래. 우리를 방해하는 게 뭐든 간에 잊어버리고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검볼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과 싸우기 위해 아랫입술을 무자비하게 깨물었다.
“그리고 검볼.” 다윈이 이제는 침착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엄마랑 아빠, 그리고 아나이스까지도, 모두가 너보고 잘 자래. 그리고 사랑한대.”
검볼의 인상이 누그러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도 같은 마음이야.” 가 다윈이 어항 속으로 잠기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검볼은 다윈이 말한 것들 모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불 밑에 누워 있자니, 그에게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괴로운 장송곡처럼 울려 퍼졌다.
그가 내일을 볼 수 있기까지 얼마나 가까웠었을까? 그가 놓쳤던 일들이 있었을까? 아니면 이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모든 일들이 완벽했었던 걸까?
어떤 답조차도 분명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검볼은 이에 대해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자, 그의 마음이 실망감으로 차올랐고 오늘 있었던 좋은 일들을 모두 머릿속에서 비워냈다. 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도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
--------------------------------------------------------------------------------
주석:
프리스비(원반) : 플라스틱 원반
폼폼 : 미국에서 치어리더들이 손에 들고 흔드는, 플라스틱 가닥들을
묶은 뭉치
점프드라이브(USB) : lexar
사의 점프드라이브라는 이름의 usb(아마도)
시안색(남색) : Cyan 색
-----------------------------------------
[작가의 말]
여러분 모두 즐겁게 읽으셨 바랍니다. 저는 다음에 무엇이 다가올것인지 생각하며 열심히 작업할것입니다. 이
것만은 기억해주세요. 많은 시간이 걸릴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계속 써나갈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
랍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귀하의 의견은 무엇이든간에, 언제나 환영합니다.
-----------------------------------------
[MuB]
8장이 끝났습니다. 이번장에 너무 어려운 표현이 많아서 약간 애좀 먹었지만, 어떻게든 번역을 했네요. 미숙한 번역이지
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번역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목이랑 맨 앞부분은 렘피님의 글을 참조했습니다.
지우라고 하신다면 지울게요.)
제가
번역은 초짜라 번역한것은 끼워맞추거나 오역, 오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있을수 있습니다. 미숙하지만 즐겁게
봐주세요.
-----------------------------------------
[펭가놈]
간혹 글 중간 중간에 큰따옴표 없이 누군가 말하는 문장은 서술자가 하는 말입니다. 현재 본 소설의 시점이 검볼의 시점으로 제한된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작가가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역주의 주관적인 판단이고, 아닐 수도 있어요.) 이전 장에도 몇 번 서술자가 극에 끼어드는 듯한 어투가 들어갔었죠. 서술자의 어투가 역주의 번역에 따라 결정되다보니 지금처럼 무슨 고전 소설 비슷한 느낌대로 가도 괜찮을 지 잘 모르겠네요.
-----------------------------------------
'The Amazing World of Gumball > 팬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Loop 10 놀이 시간 (0) | 2019.07.12 |
---|---|
The Loop 09 복수와 후회 (0) | 2019.07.12 |
The Loop 07. 미진한 부분 (0) | 2017.08.06 |
The Loop 06. 실수 수습하기(어느정도는..) (0) | 2017.08.06 |
The Loop 05. 알고 있는 자 (3) | 2015.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