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해당 팬픽은 2011년 12월 (검볼 1시즌 이 한창 방영중일때부터 쓰여져 왔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검볼의 설정과 다를 수도 있으니, 시즌 1 분위기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
[펭가놈]
본 역주는 이 픽션과 검볼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일절 갖지 않음을 밝힙니다.
-----------------------------------------
The Loop
Written by Mr. Page
1st Translated to Korean by Mub
2nd Translated to Korean by 펭가놈
09. 복수와 후회
원본 : https://www.fanfiction.net/s/7647419/9/The-Loop
검볼은 살면서 최악의 날을 겪고 있고, 이건 그걸로 끝나지 않네요. 사실, 절대 끝나지 않아요! 검볼은 타임 루프에 갇혔고, 내일이 오기를 바란다면, 뭐가 문제인지 맨 밑바닥까지 샅샅히 뒤져봐야하죠.
독서 연령: Fiction K+ (만 9세 이상)
장르: 판타지/유머
[작가의 말]
또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지난 두달동안 학억입 꽤 바빴습니다.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일고 리뷰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글을 즐겁게 읽어주시는게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는 기쁘게 다음 이야기들을 상상할겁니다.
면책 조항: 저는 'The Amaing World of Gumball"에 나오는 캐릭터, 장소, 이야기에 나타날수 있는 다른 참조를 포함하여 아무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
제 9 장. 복수와 후회
다시금, 검볼과 다윈의 방의 알람시계가 6:20에 울렸다. 그리고 검볼은 또다시 어젯밤에 입지 않았던 잠옷을 입은 채로 위쪽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문 너머로 비추는 햇빛뿐만 아니라 이글거리는 분노도 그의 눈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그는 이불을 걷어차고 카펫 위로 뛰어내린 뒤 쿵쿵거리며 알람시계로 걸어가 손으로 버튼을 내리쳐 알람을 껐다.
검볼은 잠옷의 칼라를 잡아당겼고, 놀랄 것도 없이 여전히 왼쪽 어깨에 검은 루프 마크가 남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제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그는 가까스로 자유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지만, 가족들의 손에 그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뿐이었다.
이 생각들이 알람시계 앞에 선 그가 입술을 꽉 물게 만들었다. 방문이 열리자 그는 등을 돌려 그 쪽을 향했다.
아나이스가 졸린 듯 눈을 비비며 걸어 들어왔다. “좋은 아침, 검볼.”
검볼이 이빨을 악물었다. 그는 돌아서서 문으로 향했다.
“잘 잤-”
그는 아나이스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녀를 지나쳐 갔고, 아나이스는 당황한 얼굴로 그 자리에 남아 큰오빠가 왜 열 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 했다.
검볼이 아래층에서 대문을 열어젖힌 채 기다렸다. 예상대로 래리가 자전거를 타고 로빈슨 씨네의 울타리 근처 코너에서 나타났다. 래리가 문에 있던 검볼을 보고는 즐겁게 손을 흔들었다. “아, 좋은 아침이야, 검-”
와장창!
래리의 자전거 바퀴가 인도의 튀어나온 부분에 걸렸고 그는 자전거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에 쓰러져 콘크리트 바닥에 바위처럼 생긴 머리를 들이박았다.
래리가 고통을 호소하고 머리를 긁으며 힘겹게 일어나려 했다. 그의 다리는 충격에서 서서히 힘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한편 검볼은 가서 도와주려 하지도 않고 문을 닫았다.
“검볼!” 니콜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극도의 경멸감으로 구겨져 있었다. 그는 부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어머니 앞에 다가섰다.
“어떻게 ‘내’ 귀한 중국 접시들 가운데 하나를 ‘쿠키’ 하나 먹자고 ‘부술’ 수가 있니!”
검볼의 인상 쓴 얼굴은 어머니가 그의 앞에 부서진 그릇을 들이밀어도 전혀 움찔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녀가 이 중국 접시가 가보라는 사실을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니콜이 아들을 노려보았다. “이 녀석,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뭐라고 변명할 건데?”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아들의 격분한 표정에 더욱 화난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10초가 다 지나가도록 답이 없자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고 이빨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번에는 검볼이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곧장 부엌을 걸어 나가 거실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가 이리로 와서 책임을 마주하라며 화난 목소리로 명령했다. 검볼은 복도에 서 있던 당황한 동생들과 아버지는 무시하고 쾅 하고 방문을 쳐 닫았다.
-----------------------------------------
“넌 외출 금지야, 검볼.” 검볼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니콜이 꺼낸 첫 마디였다. 그는 바지와 스웨터를 차려 입었지만, 태도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일주일 동안 TV, 간식, 그리고 비디오 게임까지 모두 금지야!”
니콜이 토스트에 버터를 너무 세게 발라서 그녀가 빵을 베어물 때에는 테두리가 빵보다도 많아져 버렸다. 그녀는 속으로 아들이 그녀의 행동에 겁을 먹었기를 빌었다. 그와 다른 이들이 평소 그녀의 분노의 고삐가 풀렸을 때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나 검볼은 평소의 아침과 다를 바 없이 차분히 앉아 시리얼을 먹을 뿐이었다. 니콜의 분노가 체온계를 끓게 만들 정도로 커져 그녀는 맨손으로 버터나이프를 구부려 쇳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다윈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와 형 사이에서 불안하게 눈을 굴리고 있었다. 아나이스가 시리얼을 다시 한 입 떠서 꿀꺽 삼킨 뒤 냅킨을 가져오겠다며 자기 유아용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녀가 검볼 옆을 지나가며 속삭였다. “이렇게 될 거라고 말해 줬잖아.”
아나이스는 부엌으로 향했고, 그 말을 듣자 단 2초 만에 부들부들 떨며 경멸과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검볼의 얼굴을 그녀는 보지 못했다.
‘그래...’ 다윈이 자리에 움츠러들며 생각했다. ‘점점 불편해져 가는걸.’ 어머니의 화난 얼굴은 충분히 무서워 보였지만, 검볼은 별 볼일 없다는 듯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번 주에는 검볼이 분명 행복해 보였던 것 같았는데...’
아나이스가 돌아와 자기 유아용 의자에 다시 걸터앉자 때맞춰 리처드가 식탁을 향해 걸어 들어왔다.
검볼의 달아오른 얼굴은 식었지만, 아나이스의 분홍빛 토끼 얼굴을 후려치고 싶은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었다.
‘저 모습 좀 봐라?’ 검볼이 험악하게 생각했다.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이 시리얼을 퍼먹고 있잖아? 아침 댓바람부터 남의 아침을 망쳐 놓고선 말이야. 뭐, 계속 먹고 있으렴, 아나이스. 어제 네가 한 짓거리를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니까. 대가를 치르기-’
그의 복수의 맹세가 커다란 “검볼!” 소리에 끊겼다.
정신을 차리고 현재로 돌아온 그가 아버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에, 네?”
“방금 물어봤잖니, 내 새 넥타이 마음에 드니?”
“넥타이요? 아, 네, 그럼요. 좋네요.” 그리고 그는 다시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다. 사족은 덧붙이지 않았다.
-----------------------------------------
워터슨 가족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자 흩어졌다. 니콜은 검볼이 접시에 보인 냉담하고 무관심한 반응에 약이 올라 씩씩거리며 일하러 나갔고, 리처드는 검볼의 영혼 없는 칭찬을 듣고선 새 넥타이를 벗어 버렸다. 그가 바랐던 긍정정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다윈과 아나이스는 보도에 서서 스쿨버스를 기다렸고, 검볼은 싱크대를 헹구거나 치약 뚜껑도 닫으려 하지도 않은 채 겨우 5초 정도 양치를 하다 집을 나서서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검볼이 보도를 걸어갈 때, 로빈슨 씨의 머리가 울타리 반대편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손을 흔들어 검볼의 주의를 끌고자 했다. “얘, 꼬마야! 어젯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검볼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체했다. 그의 얼굴에는 격한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
“와우.” 로빈슨 씨가 혼잣말했다. “마거릿도 아침에 괴팍해 보였던 것 같은데.”
그러나 ‘괴팍하다’라는 단어는 이를 표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단어였다. 검볼은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었고, 애써 주먹을 떨지 않도록 붙들며 어느 정도라도 무표정한 표정을 지으려 하고 있었다. 다윈과 아나이스 모두 이를 눈치 채고 있었다. 특히 검볼이 그들로부터 거의 3피트를 물러서 있었기에 더더욱.
다윈이 아나이스에게 속삭였다. “오늘 검볼이 좀 무뚝뚝해 보이는데.”
“나도 알아.” 그녀가 조용히 답했다. “주말에 그랬던 것보다 더 이상해 보여. 하지만 적어도 그땐 웃기라도 했다고.”
“나도 알어.” 다윈이 약간 짜증난 듯이 말했다. “굳이 말한다면, 너무 웃었다고. 진짜로, 검볼은...”
다윈과 아나이스가 조용히 둘 사이의 대화를 계속하고 있을 때, 검볼의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뇌리속의 소리들 말고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생각들이 폭풍우 이는 바다처럼 요동쳤다. 들불이 바람을 타고 번졌고, 정말 큰 천둥이 내리쳐 주변의 섬들을 뒤흔들고 무너뜨렸다. 그리고 폭풍의 중심에는 작은 분홍색 토끼가 있었다. 검볼 생각에는 그녀가 바로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이었다.
그는 생각을 거듭할수록 그녀가 루프를 탈출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맨 첫날에 아침에 벌어질 재앙을 예고했던 사람은 바로 아나이스였다. 그리고 루프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 밤에, 그녀는 접시에 대해서 부모님께 이야기하거나 최소한 어머니가 일어났을 때 볼 수 있도록 사과의 쪽지라도 남겨야 된다고 그를 졸랐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목소리가 그가 아침에 가장 먼저 들려왔던 것부터 버스에서의 성가신 불평까지, 검볼은 아나이스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검볼, 안 탈거야?” 다윈이 소리쳤다.
‘그리고 걔가 책임지면 안 된다는 법도 없잖아?’ 검볼이 분개하듯 생각했다. ‘걘 겨우 네 살밖에 안 먹었지만 이미 중학교에서 물리학 같은 걸 배우고 있으니까! 어쩌면 걔가 자기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화가 나서 나를 가둬놓을 무슨 이상한 물리학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해. 그저 내가 쏟아지는 비난 속에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실실 쪼개려고 말이야!’
“검볼! 가자고!” 다윈이 짜증내며 소리쳤다.
‘저 쪼그만 녀석이...’ 검볼의 생각들이 울부짖었다. ‘뭐, 오늘은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아나이스. 날 여기 가둬두는 게 재밌는 것 같다면, 네 하루도 내 하루처럼 ’장밋빛’으로 되게 해 줄게.’
“워터슨!!!”
검볼은 거의 균형을 잃을 뻔 했다. 다윈의 목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지고 뭔가 소름끼쳐서 충격을 받았다. 한평생 다윈은 그를 성으로 불렀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 검볼은 그 사람이 다윈이 아니었음을 알았고, 그는 보도에 서 있던 것조차도 아니었다.
검볼은 시미언 선생님의 교실에서 자기 책상에 앉아 있었다. 굉장히 짜증난 듯이 그를 노려보는 시미언 선생님과 함께.
“정신 차려라, 검볼! 수업은 5분 전에 시작했다고!”
-----------------------------------------
오전 수업은 마치 달팽이들이 경주하듯 느릿하게 지나갔다. 시미언 선생님은 반복되었던 지난날들과 같은 서순으로 손을 드는 학생들을 지목해가며 같은 주제에 대해 지겹도록 얘기해댔다. 그 동안 검볼은 자리에 앉아 신경을 끈 채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리고 그 내내 다윈은 그에게 쌀쌀맞은 태도를 보였다.
팝 퀴즈 시간이 돌아왔을 때가 짧긴 했지만 검볼에게는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가 비활성 기체 여섯 가지를 우쭐한 태도로 완벽하게 외워내자 시미언 선생님은 이를 갈았다.
점심시간에 검볼은 초콜릿 민트 케이크만을 집어 들고는 자리에 앉으며 천천히 우물거렸다.
검볼이 식당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4, 3, 2, 그리고 캐리-등장.”
당연하게도, 캐리가 자기 케이크 조각이 담긴 접시를 들고 그의 옆으로 날아왔다. “안녕, 검볼. 기분은 좀 어때? 오늘 아침에 별로 좋아 보이진 않던데.”
검볼이 트림을 했다. 그는 포크를 접시에 내려놓고선 말했다. “아니, 괜찮은데. 그냥 초콜릿 민트 케이크의 맛을 음미하는 중이야.”
캐리가 간절한 듯 자기 케이크를 쳐다보았다. “이게 그렇게나 맛있어?”
“오, 그럼.” 검볼이 일부러 과장된 묘사를 했다. “부드럽고, 진한 초콜릿과 매끄럽고 신선한 민트 필링, 그리고 살짝 뿌려진 민트 스프링클이 씹을 때마다 바삭바삭해서 혀 닿는 곳마다 즐거움을 선사해준다고.”
검볼은 캐리의 표정이 호기심에서 감탄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히죽거렸다. “그럼 이거 먹는 거 도와줄 거야?” 그녀가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검볼은 계속 히죽거리며 노골적으로 기만했다. “아니.”
그의 발언에 당황한 캐리를 내버려둔 채로 그는 자리를 떴다.
도서관으로 향한 그는 자리 하나를 골라 앉고선 방금 한 짓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심했으려나...아냐.’ 검볼은 고개를 저었다. ‘최선의 선택이었어. 게다가, 캐리는 자기가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었잖아, 그러니 나쁠 건 또 뭐람.’ 이 얘기와는 별개로 식당에 대한 어떤 생각이 그에게 아이디어를 주었다. 아나이스에 관한 건이었다.
검볼의 마음이 열의로 반짝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습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검볼은 도서관을 나가 아까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는 캐리가 고개를 숙인 채 날아가고 있었다. 검볼은 그녀의 슬픈 표정을 무시하고는 식당 앞에 멈춰서 창 너머를 엿보았다.
‘거기 있구나.’ 검볼이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아나이스가 까치발을 들고 테이블에 자기 식판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로키가 걸어와 그녀가 식판을 올리는 걸 도와주었다. 감사를 표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고, 아나이스는 커다란 책들 몇 권을 자리에 쌓고서 그 위에 앉아 먹을 준비를 했다.
검볼은 이 때다 싶었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아나이스가 첫 술을 뜨기도 전에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검볼?” 그녀가 파스타 그릇을 든 채로 말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아, 그냥 점심 먹는 것 좀 도와주려고 말이야.” 그가 놀림조로 말했다. 그리고 아나이스의 볼을 꼬집으며 아기 같은 말투로 말했다. “일단은 너도 아직은 어린애잖니.”
짜증이 난 아나이스가 검볼의 손을 후려쳤다. “내 밥은 내가 스스로 먹을 줄 알아!”
“네 유아용 의자가 없이는 안 그렇지, 안 그렇고말고.”
“그건 그냥 식탁에 닿을 수 있게만 도와줄 뿐이잖아!”
“그래도, 도와주고 싶은 걸.” 하지만 그의 말투는 그의 말과는 뜻하는 바가 달랐다. “자, 파스타야,” 그리고 아나이스가 반응하기도 전에 검볼은 그녀의 손에서 그릇을 뺏어 앞으로 들이 부었다.
아나이스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헉 소리에 식당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그들 대부분이 충격을 받았다. 뜨거운 미트소스와 파스타가 그녀의 옷을 뒤덮었고, 주황색 얼룩들이 노란 옷을 물들였다.
검볼의 악독한 미소가 더더욱 커져갔다. “다음은, 채소랑 과일 차례네.” 그는 맨손으로 당근과 믹스후르츠를 집어 자기 동생의 볼에 가져가 뭉개질 때까지 저항하는 그녀에게 문질러 대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검볼이 문대는 통에 읍읍 거리는 소리밖에 새어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검볼이 웃으며 케이크를 집어 들었다. “디저트야.”
그는 아나이스의 얼굴에 정면으로 이를 들이박았다.
마치 케이크가 아니라 벽돌에 맞은 듯 그녀는 몸부림을 멈추었고, 기절한 듯 했다.
하지만 검볼은 아직 끝을 내지 않았었다.
“우리 아기, 우유 먹구 싶어요?” 그가 애들 같지만 악의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우유 곽을 집어 내용물을 아나이스의 머리 위로 들이 부었다.
바닥에 우유 곽을 버리자, 공허한 소리가 검볼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깨달았다. 점심 식사를 방해당한 학생들의 충격을 받은 표정은 검볼을 향하지 않았다. 바로 그가 노리던 아나이스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옷에는 미트소스 얼룩이 흩뿌려져 있었고, 뺨은 당근과 과일 조각으로 더럽혀져 있었고, 얼굴은 짙은 갈색과 옅은 녹색 빛의 케이크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는 우유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나이스가 마침내 손을 들었다.
검볼은 주먹이 날아오거나 그녀가 뭔가 위험한 물건을 집어던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동생이 그런 반응을 보일 것에 대해 어떠한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그를 때리지도, 심지어는 소리조차도 지르지 않았다. 그녀는 뭉개진 케이크를 닦아내고는 얼굴을 드러내었다. 검볼이 마주한 그녀의 얼굴은 더러웠고, 조용했고, 놀랍게도 고통이 서려 있었다. 아나이스는 잠시 이를 악 물었지만 그것 뿐, 곧 검볼은 거의 보지 못했던 그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내려와 오빠를 밀쳐내고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검볼은 그저 그녀가 나간 문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았다.
자습실로 돌아가려는 그의 손목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뒤를 돌아본 검볼이 마주한 것은 로키였다. 웃음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
검볼은 지난 몇 번의 반복을 포함해서 이전에도 몇 가지 이유로 여러 번 브라운의 교장실로 불려간 적이 있었지만 교장 선생님이 지금처럼 화난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검볼이 본 것은 분노뿐만이 아니었다. 아마도, 실망감?
그게 뭐였든 간에, 지금 그의 찡그린 얼굴을 나아지게 만들지도, 목소리에 섞인 불만을 낮춰주지도 않았다. “나는 네가 자습실을 떠나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걸 정당화할 사유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구나.”
검볼은 작은 의자에 앉아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나이스를 향한 불만이 여전히 그의 생각과 논리를 틀어쥐고 있었다. “그냥 바닥에 음식을 조금 흘렸을 뿐이에요. 쓰레기 투기라고 보기도 어렵죠.”
이는 분명 브라운 교장이 듣고 싶었던 얘기가 아니었다. 그의 다른 털들과 섞인 그의 복슬한 눈썹은 더욱 무거워졌고, 그의 안경은 두 개의 날카로운 삼각형으로 변해 파란 고양이에게로 곧장 겨눠져 있었다.
“그 ‘말’이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브라운 교장이 쏘아붙였다. “그리고 난 네가 어떻게 그리도 이에 대해 무덤덤하게 나올 수 있는지 믿기도 힘들어! 솔직히 말하건대, 검볼! 어떻게 아나이스에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벌일 수가 있니! 네 동생인데도 말이야!”
검볼의 무고하다는 표정은 조금도 풀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이유는 또 뭔가? 브라운 교장은 아나이스가 그에게 벌이고 있는 짓에 대해 조금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녀가 얼마나 그에게 끈질기게 지나간 일들을 되물으며 다른 짜증나는 일들로 그를 루프 속에 가둬 놓고 있는지. 그녀의 얼굴은 착하고 어린 소녀처럼 보일지 몰라도, 검볼은 속지 않았다. 지난 네 번의 반복을 겪은 이후로는 말이다. 그가 예상하건대, 아나이스도 이 일이 벌어질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양이에게서 조금의 죄책감도 찾아보지 못한 브라운 교장은 그냥 진정하기로 했다. 아주 조금만. “난 네가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 길이 없구나, 검볼.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너도 그 답을 아는 것 같지 않다. 난 너희들이 여기저기서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봐 왔지만, 너와 네 동생의 사이는 늘 제 자리를 찾아왔었지. 가끔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늘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어. 하지만 네가 저지른 일은...” 그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믿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말하던 걸 멈추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검볼의 안을 스쳐갔고, 그의 속을 강하게 찌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불만에 다시 불이 지펴지자 곧 사라져 버렸다.
“넌 앞으로 3주 동안 방과 후에 남아야 한다, 검볼. 오늘부터, 펩 페스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브라운 교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가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네 행동에 대해 재고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인 네 동생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도 그 시간이 충분하길 바란다.”
그리고 검볼이 교장실을 나가려 자리에서 일어서자, 숨이 차 보이는 그의 아버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손에는 양동이와 비누가 들려 있었다.
-----------------------------------------
검볼은 길가 벤치에 앉아 지난 몇 시간이 얼마나 불쾌했는지 떠올렸다.
브라운 교장이 시답잖은 소리를 천천히 늘어놓는 걸 들은 이후에,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입을 비누로 닦아내는 불쾌한 경험을 또다시 겪어야 했다. 두 번째로 겪는 이 일은 처음보다 더 끔찍했다. 그리고 리처드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아나이스의 등을 두드리며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
아나이스에게 벌어진 일에 대한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바로 이 일이 그의 하루를 정말로 끝장내 버린 일이었다. 확실히 아나이스는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이름 있는 아이였고, 그 결과로 학교의 모두가 그를 증오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해 레이저처럼 쪼아대었고, 그가 지나가거나 자리에 앉을 때마다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와 모욕적인 언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딜 가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험악한 표정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공평했다. 이 모든 것들이! 검볼은 화낼 이유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건 그의 탓이 아니었다.
농구공이 굴러와 그의 발을 건드리자 그의 뇌리 속 고함소리는 잠잠해졌다. 이를 주워든 검볼은 두 명의 발걸음이 그 앞에서 멈추는 소리를 들었다.
“아, 너였냐.” 바나나 조가 그답지 않은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토바이아스도 더 이상 즐거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검볼이 짜증나서 투덜대었다. “아니, 니들까지 나한테 화났다고 할 셈이야? 니들도 원래 그런 짓 하는 거 좋아하잖아!”
“야,” 바나나 조가 말했다. “닌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여자애를 울렸어. 그건 재밌는 일이 아니야.”
“더구나 그게 니 동생이라면 더더욱.” 토바이아스가 다가와 검볼의 손에서 공을 채가며 덧붙였다. “그래, 나랑 레이첼도 정말 많이 싸워. 그건 인정해.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서로에게 그런 짓까지는 하지 않아.”
둘은 검볼을 괴로움 속에 내버려둔 채 자리를 떴다. 오래지 않아 종이 울렸고 모두들 펩 페스트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향했다. 다음 45분 동안 검볼은 학교에 남아 있었다. 브라운의 교장실의 불빛은 늘 그랬듯 희미했다. 끝없이 째깍거리는 소리를 벽시계 소리를 들으며 검볼은 루프를 탈출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도가 필요할 지 고민하며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는 그가 ‘화요일’이라는 단어를 다시 들으려면 수 세기는 걸릴 것이었다.
브라운 교장이 돌아오자, 검볼은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체육관으로 뛰어갔다. 오늘 하루는 이미 틀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아직 페니에게 펩 페스트를 가지 못한 것을 사과해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예상했던 대로, 페니는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검볼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인상을 심하게 찌푸렸다. 검볼의 마음이 고통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려왔다. 페니가 그를 그렇게 쳐다봤던 일은 없었다. 분명 그녀가 속상하거나 짜증을 냈던 일은 있었지만, 저 표정은...
“페니, 무슨 일이야?” 검볼이 물었다.
페니는 폼폼을 챙기고는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그녀는 그의 옆을 지나가며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너는 절대 모를 일.”
“페니! 잠깐만, 제발!”
그녀가 그 자리에 멈추었다.
“네가 펩 페스트 때문에 화난 거 알아, 하지만 어쩌면 내가-”
“넌 지금 내가 펩 페스트 때문에 화난 것 같아? 네가 행사에 안 와서?” 페니가 소리 질렀다. 검볼은 그녀가 이토록 격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네가 생각할 수 있는 게 그 정도밖에 안 돼?”
검볼은 입을 벌린 채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무슨-”
“어떻게 아나이스한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검볼! 네 동생이잖아!”
그날 처음으로, 검볼은 자기 동생의 이름이 언급된 것에 대해 화가 나지 않았다. 그 대신 죄책감으로부터 오는 고통이 금간 댐이 넘쳐흐르듯 쏟아져 왔다.
검볼은 스스로를 변호하려는 측은한 시도로서 입을 열었다. “페니, 넌 걔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 만약 너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
“뭘 했길래?” 그녀가 눈을 찡그리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아나이스가 무슨 끔찍한 일을 저질러서 네가 그렇게 걔를 상처 줬어야만 하게 만든 건데?”
검볼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치켜든 때에는 그의 주장을 단언할 용기가 있었지만, 결국 진실이 그 모든 것들을 커다란 돌덩이가 짓뭉개듯 산산조각 내었다.
그가 화난 이유는 아나이스가 루프의 끝으로부터 그를 묶어놓는 존재라는 가설 뿐, 어제 있었던 모든 일들. 어제....
검볼의 목은 죽은 선인장보다 더더욱 말라비틀어졌다. 이 길고도 정말 괴로운 하루 동안 그가 지금까지 화내왔던 것들, 모든 불만과 열 받는 생각들이 전부 그가 꾸며낸 것들이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원한 상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동생에 대해 생각했던 그 모든 끔찍한 일들은 이제 그 의미와 필요성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이유도 없었다. 첫 번째로, 루프가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 모든 것을 소거해 버리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그의 말을 믿거나 들어주기에는 모두가 너무도 화가 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끔찍한 결론이 검볼의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었다. 페니가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할 말이 없지? 안 그래?”
검볼은 손가락을 내리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
페니의 얼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무슨 바보 같은 이유 때문에 화가 났던 간에, 그게 네가 아나이스에게 한 짓에 대한 변명거리는 되지 않아. 네가 한 짓은 내가 알던 검볼이 한 게 아니야. 부탁 하나 할게, 굳이 오늘밤 경기에 올 필요 없어. 물론 우리가 이기려면 가능한 한 많은 응원이 필요하겠지만, 네가 오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실망한 발걸음으로 체육관을 걸어 나왔다. 말을 잃고 비참해진 검볼은 그 자리에 남겨졌다. 이번에게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자기 자신에게만.
-----------------------------------------
버스를 놓친 이후 검볼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에게 대체 뭐가 씌어서 어떤 이유로든 아나이스가 이 사태의 원흉이라고 생각하도록 하게 만든 것인지 그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천재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어린 동생조차도 시간의 매 가닥을 분리해 내지는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녀가 엄마의 접시에 대한 자신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아 화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중요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그것 말고는 그녀를 탓할 것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가장 나쁜 점은 그가 오늘 하루를 루프에 속박된 원인을 찾는 것 대신 분노를 쏟아내는 데 모두 낭비해 버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리도 멍청할 수가 있을까? 아나이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좋은 아침, 검볼.”이라는 말을 내뱉은 순간 전날의 모든 끔찍한 불행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명백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집 앞에 다다르자,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신선한 공기가 납덩이처럼 그의 가슴을 치는 듯 했다. 어머니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고, 검볼은 문 뒤편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한숨 지으며 생각했다. ‘그냥 끝날 때까지 견뎌내는 거야. 내일은 새로운 하루가 될 테니까. 제발, 부디 내일이 새로운 하루였으면!’
로빈슨 씨가 울타리 너머에서 그를 부르자 검볼은 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얘, 꼬마야!”
검볼은 찜찜한 얼굴의 이웃을 향해 다가갔다.
“어제 저녁 시간에 일이 그리 잘 풀리지 않은 것 같구나, 내 말 맞지?” 로빈슨 씨가 물었다. 목소리에서 약간의 짜증이 느껴졌다.
검볼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 엄마가 제가 다윈의 이름을 과학 프로젝트에 집어넣는 걸 깜박한 일 때문에 화를 내셨어요. 제가 시미언 선생님께 제게 F를 주는 대신 ‘걔’한테 좋은 성적을 주도록 설득시켰는데도요.”
로빈슨 씨는 침착한 모습으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가 물었다. “네 동생이 아빠가 집에 데려다줄 때 왜 울고 있던 거냐?”
검볼은 한탄하며 그가 어떻게 아나이스를 음식으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는지 얘기했다. 그 장면이 그의 뇌리 속에 선명해 그에게 더더욱 한심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로빈슨 씨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그래서 왜 그게 널 루프에서 빠져나오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냐?”
검볼은 진짜 이유를 몰랐지만, 일단 대답할 뿐이었다. “그냥...그냥 제가 어제 얼마나 탈출에 가까웠었는지 아직까지 화가 나 있었나 봐요.”
“그리고 넌 걔를 탓한 거구나, 왜?”
“글쎄요...으,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걔가 어제 엄청 귀찮게 굴었었다구요,”
“뭐, 다행히 넌 오늘을 다시 살게 될 테니 말이다. 내일이라기 보단, 다음 오늘들 말이다. 오늘 있었던 일도 그저 지난날에 있었던 나빴던 기억들 중 하나로 남게 될 거다. 하지만, 그 얘기 좀 다시 해 주겠니, 꼬마야?” 로빈슨 씨가 약간 부드러워진 말투로 물었다. “너희 엄마가 네가 어제 접시 깼던 일을 용서해 줬다고 말했지?”
“글쎄요.” 검볼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랬던 거 같아요. 다른 때처럼 그렇게 화내시진 않으셨거든요.”
“그리고 네 동생의 성적을 고쳐내고 펩 페스트도 참관했다?”
“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제 성적을 다윈 거랑 바꾼 거지만요. 근데 왜요?”
“그러니까,” 로빈슨 씨가 늘 그렇듯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건 그 모든 일들, 접시, 성적, 그리고 펩 페스트 건은 널 가둬 두는 요소가 아니란 거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은 화요일이 됐을 거고, 난 저녁으로 치킨 알프레도를 또 먹지 않아도 됐겠지.”
검볼은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어제 제가 했던 모든 일들이 헛수고였다는 말씀이세요?” 그는 심장이 주저앉는 듯 했다.
“네 행동들이 헛수고였다고는 말하지 않으마. 그럴 거라는 얘기야, 아마도 그럴 거라고. 네 하루가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널 여기 묶어 두는 뭔가 ‘다른’ 것이 또 있을 거라는 거다. 네가 눈치 채지 못한 무언가 말이다. 뭔가 고쳐져야 할 작지 않은 문제가 있는 거지.”
“그러면 그게 뭐일 것 같은데요?” 검볼이 그의 이웃이 답을 알고 있기를 빌며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아냐? 마크가 새겨진 건 너다, 내가-”
로빈슨 씨가 돌연히 말을 멈추더니 시선을 그의 집 쪽으로 향했다. 그가 소리쳤다. “알겠어, 마거릿! 간다고!”
검볼이 눈을 깜박였다. “전 아무 것도 못 들었어요.”
“다들 못 들었겠지.” 로빈슨 씨가 툴툴거렸다. “아무튼 간에 꼬마야, 그냥 잘 생각해 보렴. 난 네가 결국 떠올려낼 거라고 본다. 며칠 더 지내보고, 질문도 좀 하고, 다른 짓도 좀 해 보고, 뭘 하던지 상관없다. 네 루프니까.”
그리고 로빈슨 씨는 두 말하지 않고 집으로 달려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
당연하게도 니콜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검볼이 끔찍했던 첫 번째 날에 보았던 붉은색 그늘이 져 있었고 그는 그녀가 소리칠 때 어딘가에서 도화선이 타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아나이스한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그녀의 목소리가 분노에 떨려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걔한테 그렇게 망신을 주고 모질게 굴다니!”
그의 사전에는 어머니의 화를 풀어 줄 단어가 없다는 걸 알기에 검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고통스럽게 모든 비난을 받아들였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변명하려 애쓸 필요도 없어.” 니콜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아침까지 거기 그대로 있어! 그리고 감히 반항하려 든다면 엉덩이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줄 거야.”
검볼은 허둥지둥 방으로 올라갔다. 그는 어머니의 명령에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아래쪽 침대에 앉았다. 내일이 되면 느끼지 못할 지라도, 그의 어머니의 엉덩이 찜질
은 나쁜 의미로 죽여주었다.
그래도 그게 어머니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따뜻한 포옹과 매서운 손길.
-----------------------------------------
검볼은 햇볕이 방 안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햇볕이 떠난 방 안에는 그의 알람시계의 녹색 숫자만이 반딧불처럼 빛날 뿐이었다. 눈이 침침해지자, 검볼은 불을 켜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자리에 다시 앉아 지루함을 달랠 무언가를 찾으려던 순간, 문이 열렸다.
그의 아버지였다. 아무 말 없이 그는 구운 맥 앤 치즈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아들에게 그답지 않은 인상을 쓰고 나갔다. 리처드도 꽤나 분명히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검볼에게 실망한 눈치였지만, 검볼은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다행히도 그에게 주어진 저녁을 먹으며 검볼은 점심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가 어떻게 아나이스의 옷에 음식을 들이 붓고, 당근과 과일을 얼굴에 비비고, 말 그대로 그녀의 작은 머리 위에 케이크를 얹어버렸는지. 마음속에서 그 장면이 생생하게 아려 왔고 그녀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면이 그에게 결정타로 날아와 검볼이 스스로를 치졸하고 부끄럽게 느껴지게 했다.
-----------------------------------------
저녁 시간은 빠르게 마무리되었고 오늘 하루가 충분히 불쾌했다고 느낀 모두가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니콜은 화가 삭지 않은 목소리로 검볼에게 내일 아침에 아나이스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지 못할 행동에 대해 빌라고 말했다. 한편, 점심시간 이후로 쭉 우울해하던 아나이스는 부모님과 다윈으로부터 포옹을 받으며 침대에 누웠다.
검볼은 침대 위층에 누웠다. 마음이 복잡했다. 아나이스가 그 중 일부를 차지했고,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다른 한 편을, 나머지는 루프와 지금까지의 교훈들이 가져갔다. 검볼은 로빈슨 씨의 조언을 기억해내고는 그 말을 곱씹으며 그의 이웃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접시, 성적, 그리고 펩 페스트는 그를 이 끔찍한 날에 가둬두는 요소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그 요소들이 원인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것들은 그가 언젠가 손을 대고 싶은 일들이었지만, 큰 그림인 루프를 깰 열쇠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만약 그것이 실수가 아니라면 그건 그가 얻어야 할 교훈일 것이다. 혹은, 어쩌면 ‘그게’ 바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실수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교훈이 그가 저지른 실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검볼은 생각을 멈추었다. 그의 고민은 그에게 더 큰 혼란만을 가져다 줄 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쳐다보고는 그의 머리도 저 텅 빈 천장처럼 비워내고자 했다. 로빈슨 씨가 말했듯이, 그는 그저 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볼 것이었다. 해답은 아마도 제 때에 그를 찾아올 테니. 그는 그저 상황을 주시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될 터이다.
안 좋은 측면을 보자면, 검볼은 자신이 이미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이 월요일을 다섯 번이나 살아왔고 사실상 모든 일들이 이제 그에게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똑같은 얘기와 반응들, 똑같은 발걸음과 손짓의 반복, 똑같은 음식, 성적, 날씨. 마치 TV 프로그램의 각본처럼 모든 것들이 면밀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일 아침에 일어나게 되면 각본은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모든 일들이 처음부터 다시 벌어질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들을 꿰차고 있는 그와 함께 말이다.
그러자...뭔가를 깨달은 검볼의 머릿속에 영감의 불씨가 지펴졌다.
내일은, 모든 일들이, 정말로 모든 일들이,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모든 기억들이 소거되고, 모든 상처들은 원래대로 돌아가며, 모든 놀라움은 놀라움으로서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검볼은...그는 이 모든 것들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침실의 어둠 속에서 들뜨고 약은 미소가 검볼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내가 루프 속에 있다고 해서 조금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 나한테는 넘치는 시간이 있는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나? 내가 바랠 수 있는 모든 시간들...’
검볼은 머리를 베개 위에 다시 누이며 다음 반복에서 그를 기다리는 모든 일들에 히죽거리면서 양 팔을 뻗어 서로 겹쳐 보았다. 그가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었지만, 어깨 위의 마크와 함께라면 그는 그 모든 것들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로빈슨 씨가 말했듯이, 이는 그의 루프였다. 게다가, 지나간 시간을 나중에 돌릴 수 있는 그의 앞에서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주석:
1피트 = 2.54cm
브레인 스토밍 : 무엇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제시하는 방법 (위에선 그냥 생각을 정리했다는 의미로 생각하세요.)
--------------------------------------------------------------------------------
[작가의 말]
다음 장은 밝은내용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제가 물어보는게 괜찮다면, 이 장에서 검볼의 생각들이 너무 많았나요? 제가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말을 했나요? 어떤지 제게 말해주세요. 당신의 리뷰와 옵션은 언제나 환영하며 감사드립니다.
-----------------------------------------
[Mub]
9장이 겨우겨우 끝났네요. 이거 할때마다 가끔 생각하는건데 번역하는 것도 계속 할만한 일이 못 될 만큼 힘드네요, ㄷ 새삼 번역가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 느꼈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화는 다른 번역들 보다 꼼꼼히 살펴봤지만 계속 글이 어색 하게 느껴지네요. 손도 두배로 가고. 그리고 이제 The Loop번역은 좀 느려질거 같습니다. 짧은 단편 소설도 번역해 보고 싶은지라 좀 걸릴것 같네요.
그리고 렘피님, 제 미숙한 글을 블로그에 올려 주신거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팬픽 번역을 언제까지 할진 모르겠지만, 되는데 까지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냥 생각나는거 끄적였는데 후기가 좀 두서없네요 킁..
(제목이랑 맨 앞부분은 렘피님의 글을 참조했습니다. 지우라고 하신다면 지울게요.)
제가 번역은 초짜라 번역한것은 끼워맞추거나 오역, 오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있을수 있습니다. 미숙하지만 즐겁게 봐주세요.
-----------------------------------------
'The Amazing World of Gumball > 팬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Loop 11 조각난 시간, 1부 (0) | 2019.07.12 |
---|---|
The Loop 10 놀이 시간 (0) | 2019.07.12 |
The Loop 08. 저녁 시간 (0) | 2017.08.06 |
The Loop 07. 미진한 부분 (0) | 2017.08.06 |
The Loop 06. 실수 수습하기(어느정도는..) (0) | 2017.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