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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mazing World of Gumball/팬픽

The Loop 12 조각난 시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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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해당 팬픽은 2011년 12월, 검볼 1시즌이 한창 방영중일때부터 쓰여져 왔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검볼의 설정과 다를 수도 있으니, 시즌 1 분위기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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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Penguin]


본 역주는 이 픽션과 검볼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일절 갖지 않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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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op

Written by Mr. Page


Translated to Korean by MsPenguin


원본 : https://www.fanfiction.net/s/7647419/12/The-Loop



검볼은 살면서 최악의 날을 겪고 있고, 이건 그걸로 끝나지 않네요. 사실, 절대 끝나지 않아요! 검볼은 타임 루프에 갇혔고, 내일이 오기를 바란다면, 뭐가 문제인지 맨 밑바닥까지 샅샅히 뒤져봐야하죠.


독서 연령: Fiction K+ (만 9세 이상)


장르: 판타지/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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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장. 조각난 시간, 2부


  페니는 카르멘, 몰리, 그리고 테리와 수다를 떨며 시미언 선생님의 교실 창가 자리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이 네 명은 펩 페스트에서 선보일 응원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최신 영화 얘기도 같이 하고 있었다. 이 일은 7시 57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교실 뒤편의 벽 근처에서, 제이미가 안톤과 티나에게 주말 동안 보았던 레슬링 경기를 이야기하며 거친 흥분에 주먹을 휘두르고 허공에 발차기를 내질렀다. 티나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킥킥 웃었다. 그녀의 커다랗고 비늘 덮인 목이 따라서 울리는 듯했다. 두 소녀들이 웃는 동안 안톤은 말할 기회를 잡았고, 일요일에 아버지한테 어떻게 녹색 곰팡이가 피었는지 농담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일들은 7시 53분에서 55분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다.


  토바이아스와 바나나 조는 앞쪽 책상에 앉아 아무도 듣지 못할 겨드랑이 방귀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 7시 10분, 버스에 탈 때부터 이 짓을 계속 해왔지만 둘 다 그만 둘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한편, 검볼은 벽시계의 초침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반 친구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고 말과 장소도 변함이 없었다. 루프가 그리하도록 했으니. 루프는 반복이 계속될수록 스스로를 더더욱 드러내 가고 있었고, 검볼은 그 흐름을 보는 데 능숙해져 갔다. 그 결과 그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벌어질 일들을 예상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각각의 행동들이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지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분침이 12시를 향하며 8시임을 알렸다. 그리고 정확히 22초 뒤에 시미언 선생님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그녀가 성적표를 손에 쥐고 거센 발걸음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로 서둘러 움직였다. “내가 해치우고 왔다, 바로-”


  “교직원 휴게실에 있는 스콘 봉지를요?” 검볼이 학급 전체가 들을 정도로 크게 물어보았다. 시미언 선생님의 일그러진 표정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변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그리고 시미언 선생님, 선생님 남자친구분께서 조례를 하실 거니까 기대하고 계세요. 아, 그리고 하나 더요.” 검볼이 엄지로 오른쪽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몰리가 화장실 간대요.”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몰리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이 개인적인 사실이 알려지자 당황한 듯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며 검볼에게 어리둥절한 듯, 짜증난 눈치를 주고는 걸어 나갔다.


  삐-익.


  칠판 위의 인터콤에서 브라운 교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엘모어 중학교...”


  시미언 선생님은 뻘쭘한 듯이 방송을 들으며 교장 선생님이 잠시 말을 멈출 때마다 검볼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딸깍 소리와 함께 인터콤이 꺼지자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다시 한 번 검볼에게 눈치를 보냈지만, 검볼의 자리가 비어있는 걸 본 그녀의 눈은 번쩍 뜨였다. 곧 당황한 그녀에게 한술 더 뜨려는 듯, 성적표가 그녀의 손을 떠나갔다.


  “야!”


  “자, 여러분.” 검볼이 선생님 옆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여러분들의 과학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에요.”


  “이리 내!” 시미언 선생님이 정색하며 이빨을 드러내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검볼이 씨익 웃으며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그는 첫 번째 성적표를 더미에서 꺼내어 바나나 조에게 향했다.


  “흠...” 검볼이 빨간 글씨로 적힌 평가를 읽으며 보고서를 살폈다. “C+, 너랑 토바이아스는 그렇게 못 하지는 않았어, 조. 그냥...” 검볼이 종이에 적힌 글자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어떤 색깔의 곰팡이가 피는지 보다는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내용에 더 충실하도록 해.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리고 검볼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난 ‘냉장고 속 곰팡이의 성장 과정’이라는 주제가 뭐가 그렇게 과학적이라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도 뭐, 네 마음이니까, 그치?”


  당연하게도 프로젝트가 만천하에 알려진 토바이아스와 바나나 조는 얼굴을 붉혔다.


  검볼에게 무시당한 시미언 선생님은 격하게 부들부들 떨었다. 털로 덮인 그녀의 뺨에서 정말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눈에는 짙은 노란빛으로 불이 지펴졌고, 동공이 평소에 비해 더 날카로워졌다. 어쩌면 악물은 이빨 뒤의 혀도 뱀처럼 갈라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성적표를 내놔!”


  선생님은 움켜쥔 두 주먹을 아래로 세게 휘두르며 앞으로 돌진해 머리로 검볼을 들이받았다. 그는 바닥에 쓰러졌고 그가 떨어트린 성적표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졌다. 학생들의 절반이 헉 소리를 내었다. 바닥에서 위를 올려다본 검볼은 조와 카르멘, 그리고 캐리가 그를 내려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시미언 선생님의 손에 손목을 붙들린 검볼이 중얼거렸다. “기억해 두자, 오른쪽으로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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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표를 내놔!” 시미언 선생님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검볼을 향해 돌진했지만, 이번에는 그가 피했다. 시미언 선생님은 마사미의 책상에 부딪혀 책상을 부수며 바닥에 쓰러졌다. 한편 마사미는 다친 구석 없이 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당황해 있었다.


  “다음은,” 검볼이 고통을 호소하는 시미언 선생님을 못 본 체하며 말했다. “나랑 다윈의 ‘해초의 성장과 증식’의 성적이야. 난 C를 받았어, 기본적으로 시미언 선생님께서 나를 싫어하시긴 하지만 나랑 다윈이 이 프로젝트에 쏟은 노력을 무시하실 수는 없으셨던 거지.”


  반 전체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무모한 행동에 분명 놀란 듯했다.


  “미안해, 다윈.” 그가 사과하듯 말했다. “넌 F를 받았어.”


  “뭐라고?” 다윈이 형의 손에서 종이를 채가며 황급히 훑어보았다. “그럴-그럴 리가-”


  “그래, 나도 알아.” 검볼이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시미언 선생님께서 너한테 화풀이를 하시려고 했나 봐.”


  문 근처 책상에서 검볼이 앨런과 수지에게 성적표를 넘겨주었다. 제목은 ‘헬륨의 역사와 다양한 용도’였다. 그와 수지는 B를 받았다. 시미언 선생님의 평가에 따르면 그 주된 이유는 둘 다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앨런은 손이 아예 없다는 점으로 가산점을 좀 더 받았다. 비록 이 평가가 그를 기쁘기보다는 욕보인 듯한 얼굴로 만들었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검볼은 창가 쪽으로 가서 카르멘과 보버트에게 ‘식물과 전기의 상호 작용과 그 설명’의 성적을 건넸다. 그가 시미언 선생님의 평가를 크게 읊으려는 순간, 검볼은 쇳조각과 나뭇조각이 바닥을 긁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여전히 책상에 있었던 곳에 떠 있는 마사미 쪽을 향해 돌아섰다. 시미언 선생님이 불같이 타오르는 얼굴로 바닥에서 일어나 있었다. 개코원숭이들이 광분할 때 내는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지르며 그녀가 다시 검볼에게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목표에 명중해 그를 밀치며 함께 벽을 향해 날아갔다.


  검볼은 자신의 등이 유리에 부딪히자 유리가 깨지는 걸 느꼈다. 파편들이 마치 빗방울처럼 창문에서 그를 둘러싸며 쏟아져 내렸고 그와 선생님은 아래층의 주차장으로 떨어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불쾌하게 비웃는 시미언 선생님 아래에서 검볼의 등이 추락으로 인해 검푸르게 변해갔다. 그는 고통 속에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기억해 놓자. 카르멘의 자리에 다다르면 머리를 숙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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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멘, 보버트, 너희 보고서는...어, 잠깐만.” 선생님의 태세를 의식한 검볼은 시미언 선생님이 들이받으려는 순간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미사일처럼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창문은 부수고는, 균형을 잃고 아래의 콘크리트 바닥에 콱 소리를 내며 처박혔다.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와 함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말할게.” 검볼이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친구들의 표정들을 못 본체 하며 말을 이어갔다. “카르멘, 보버트, 너희는 식물과 전기 프로젝트로 A를 받았어. 식물이랑 기계한테는 분명 이만한 주제도 없었겠지. 게다가, 되게 잘했어. 시미언 선생님이 평가에 거의 알아먹을 수 없다고 적어 놓으셨거든. 그러니까 너희 둘이 어떻게 이렇게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누가 알겠어?”


  그 시점부터 검볼은 성적표를 큰 소리로 읊으며 친구들에게 당혹감과 부끄러움을 안겨주길 계속했다. 주크와 오쵸의 ‘8비트 비디오 게임 음악의 탄생과 영향’은 명백히 시미언 선생님에게 교육적이지 않다고 찍힌 모양이었다. 그들은 C-를 받았다.


  “실망스럽지? 이해해.” 검볼이 말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어떤 학교 보고서든 ‘비디오 게임’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박히면 선생님들한테 반감을 살 수밖에 없지.”


  마사미와 제이미는 ‘힘으로 보는 날씨의 영향’으로 B-를 받았다. 평가에 따르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감점을 당했다.


  “...불도저와 겨루는 레슬링 선수만큼 강하다...”


  “...구름들 가운데 일부는 그냥 좀 허약하다...”


  그리고 뭔가 “...당하고만은 못 산다.”는 이야기까지.


  마사미는 제이미를 향해 짜증난 듯 눈치를 보냈고, 제이미는 반 아이들이 비웃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에그헤드들은 ‘너희들이 가지지 못한 우수한 지능과 유전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는 시미언 선생님에게 읽을수록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B-를 받았다.


  “너희들이 왜 시미언 선생님께 그런 성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말이지,” 검볼이 말했다. “어쩌면 너흰 니들 생각보다 별로 똑똑하지 않은 걸지도 몰라.”


  검볼의 의견에 따르면, 캐리와 몰리의 ‘공룡들의 멸종과 그들이 오늘날에 미치는 영향’ B보다는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종이의 끝자락에 시미언 선생님이 적어 놓은 내용이다.


  “좋은 자료야, 인정해. 난 걔네들이 지구를 활보하고 다닐 때 그들을 직접 연구하고 다녔지. 그게 너희들이 A를 받지 못한 이유다. 자료로서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는 거.”


  검볼은 이 평가가 잔인할 정도로 불공평하다고 여겼지만, (명백한 거짓말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었다.) 넘어가기로 했다.


  페니와 테리는 ‘곰팡이와 병충해: 눈치 채기 어려운 세균과 식물의 질병’라는 주제를 택했다. 평소 세균과 세균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테리는 그 종류와 입힐 수 있는 피해를 몇 가지 알고 있었다. 땅콩인 페니는 식물의 건강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들에 대해 해박했다. 그들은 보버트와 카르멘 다음으로 높은 점수인 B+를 받았다.


  “내 생각인데,” 검볼이 꽤나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둘은 A를 받았어야 했어. 테리, 세균에 대한 네 서술은 상당히 포괄적이야. 그리고 묘사도 잘 해놨어. 삽화도 꽤나 마음에 들어, 조금 덜 기괴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리고 페니, 넌 다들 알듯이 그저 완벽해서 A 아래의 점수를 받을 이유가 없지. 하지만 시미언 선생님이 담임인걸 뭐 어쩌겠어....”


  검볼은 얼굴을 붉히는 페니 옆을 지나갔다. 그녀의 표정이 그의 칭찬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었지만 말이다. (적어도 그런 듯 했다.)


  레슬리와 아이다호의 ‘흙과 영양: 토양 섭취의 방법과 그 이익’은 C-를 받았다. 그리고 검볼은 처음으로 시미언 선생님의 성적표에 트집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는 하단에 적힌 평가를 읽으며 바뀌었다. 그는 이를 크게 낭독했다.


  “흥미롭고 매우 정확한 사실들이야. 그래, 나도 다 먹어 봤다. 근데 흙은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마트는 가 봤니?”


  “하, 뭐라고?” 레슬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나도 흙은 안 먹어,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점이 있다고!”


  “그렇겠네, 하지만 다들 그런 건 아니지.” 검볼이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요리 방송에서 나온 ‘흙 다이어트’를 시도했던 날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그 뜻을 그냥 ‘좀’ 많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지만 말이다.


  티나와 헥터의 보고서인 ‘덩치, 키와 성장의 원인’은 어떻게 사람들이 성장하고, 성장을 멈추는가에 대한 복합적인 정보가 담겨 있었고, 거대한 성장의 이점에 대해 (헥터의 자상한 면모와, 티나의 거칠고 폭력적인 면모) 서술되어 있었다. 시미언 선생님은 티나의 서술은 선호하는 듯 했지만 헥터의 서술은 너무 상냥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결국 그들은 C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검볼은 클레이튼, 윌리엄, 그리고 안톤에게 향했다. 모두 교실 맨 뒤쪽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에 자리해 있었다. 학생 수가 홀수였기 때문에 이들은 셋이 한 조가 되었다. 그들은 ‘생김새와 사람들의 반응: 왜 몇몇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눈에 덜 띄는가?’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들 성적표 끝자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너희 셋은 분명 이 주제에 관해선 전문가인 것 같구나. 다른 학생들 보고서 채점하다가 너희들 건 거의 빼먹을 뻔 했지 뭐니...너희들 인생 같네, 그치? C+”


  “으으으으으윽, 마음이 아파.” 검볼이 세 명에게 성적표를 넘겨주며 반응했다.


  자리로 돌아온 검볼은 팔을 쭉 뻗고 몸을 등받이에 기대었다. 그는 짜증나고, 당혹스러워 하는 반 친구들의 시선들이 뒤통수를 찔러오는 게 느껴졌지만, 모르는 척 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돈 지 5분 정도가 지나자, 시미언 선생님이 휘청거리며 교실에 들어섰다. 조각난 유리들이 그녀의 옷을 뒤덮고 있었다.


  눈이 사팔뜨기가 된 그녀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을 들어 올리곤 중얼거렸다.


  “검볼...쓸데앖는 설명과 괴럽힘을 저질렸으니, 교정, 교장실러...가, 가라...” 그러곤 크게 한숨을 내뱉더니 교실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팔은 힘이 빠져 있었고 입은 벌어진 데다 이빨도 몇 개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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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미언 선생님의 격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검볼은 무모한 행동의 대가로 겨우 3주간의 정학처분만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수차례의 고함소리를 듣고, 니콜에게 수백 번의 포옹을 받으며 하루는 2만5천 달러 복권의 희열과 함께 끝나 또 다른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검볼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가가 아무리 클지라도 그는 벌을 받으며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왜 안 그러겠는가? 어깨에 새겨진 누운 8자 문양은 사실상 책임을 면해주는 부적이나 다름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의 태연자약한 얼굴에 시미언 선생님의 얼굴은 번번이 분노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결과, 지난 몇 번간의 반복이 검볼에게 더 과격한 시도를 해볼 여지를 주었다. 아주 한 술 더 뜨는 짓으로 말이다.


  이번 반복에서는 시미언 선생님에게 그동안 당해온 걸 되갚아 주기로 했다. 그동안 루프 속에서 감내해야만 했던 그녀의 시비와 모욕, 비웃음, 모든 비겁한 행동들. 검볼은 그녀에게 시시한 게 아니라 큰 걸로 한방 먹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브라운 교장이 조례를 마치자 보복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시미언 선생님이 바나나 조에게 성적을 건네려 하자 검볼이 소리쳤다. “루시, 귀찮은 일은 제가 도와줄게요.”


  그녀는 눈썹을 치켜들며 인상을 썼다. 검볼이 그녀를 이름 대신 성으로 불렀던 일은 없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검볼은 푸른빛 털로 덮인 검지를 들어 바나나 조를 가리켰다. “너랑 토바이아스는 곰팡이와 냉장고에 대한 프로젝트로 C+를 받았어. 대부분 그 과정보다는 색깔에 더 치중했지만.”


  검볼은 다윈을 향해 걸어갔다. “난 다윈과 함께 진행한 해초의 성장과 번식에 관한 연구로 C를 받았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다윈의 이름을 적어놓는 걸 잊어버리는 바람에 다윈은 F를 받게 됐지.”


  “뭐???” 놀란 다윈이 입을 벌린 채 소리를 질렀다. 입을 쩍 벌린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시미언 선생님도 성적표를 손에 든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검볼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나하나 뒷자리로 넘어가며 반 친구들 각각의 성적과 그들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읊어나갔다. 시미언 선생님은 얼굴에 한방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하며 아직 배부되지 않은 성적표를 손에 들고 작은 교탁 옆에 서 있었다. 검볼에게는 그녀의 그 표정이 그저 감미로울 뿐이었다. 단지 작은 부끄러움을 주었을 뿐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생각하면, 이는 상냥한 시작에 불과했다.


  검볼이 시미언 선생님의 팝 퀴즈를 유출하고 모든 답을 맞춰낸 데다 그걸 시미언 선생님의 입에서 문제가 나오기도 전에 해내자 반 친구들의 표정은 더더욱 벙벙해졌다. 검볼은 답을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퀴즈 전체를 단 2분 만에 얘기해낼 수 있었다.


  모두의 얼굴이 볼만했지만, 검볼은 나중을 위한 계획을 떠올리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도서관이 박살나던지 쏟아진 우유처럼 내던져진 선생님을 보게 될 지도 모를 계획이었다.


  대충 30번째로 보는 듯한 점심 메뉴인 파스타, 당근, 그리고 과일을 먹어치운 뒤 캐리의 케이크 조각을 슬쩍하고, (그녀가 꽤나 당황했다.) 검볼은 구내식당을 나왔다. 그는 사물함으로 가득한 복도를 걸어가 자습 시간에 모일 도서관 앞 모퉁이 근처에 숨었다. 남은 초콜릿 민트 케이크를 꿀떡 삼킨 뒤 그는 보건실로 뛰어갔고, 때맞춰 간호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맞추어 걸어 나왔다. 검볼은 문이 닫히기 전에 붙잡아 후다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책상으로 걸어가 충전기에 꽂힌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어쩌면 이 일로 퇴학될 지도 몰라. 근데,’ 그는 스웨터 깃을 잡아당기곤 루프 문양을 보며 씨익 웃었다. ‘뭐, 내 알 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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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종이 울려 오후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친구들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던 중에 검볼은 발걸음을 늦췄다. 반 친구들이 모두 들어갔지만, 그는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복도는 점점 조용해져 마침내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검볼은 유일하게 반에 없는 학생이 되었고, 혼자가 되었다. 정확히 그가 계획했던 대로였다.


  ‘이제 곧 시작이다.’ 그가 복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다시 종이 울리자, 검볼은 앞으로 다가서며 문을 다소 거칠게 열어젖혔다. 반 친구들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했다.


  “이거, 이거.” 시미언 선생님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가 늦었는지 좀 보게?”


  “네.” 검볼은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저인가요?”


  시미언 선생님은 분명 이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 듯했고 위협적인 태세를 취했다. “왜 자습 시간에 안 왔는지 얘기해 볼까?”


  검볼이 고개를 저었다. “싫은데요?”


  5초가 몽땅 지나가도록 검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시미언 선생님의 분노가 폭발했다. “어디 있었어?”


  검볼이 방긋 웃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아, 정말 별 거 아니에요. 그냥 FBI에 급히 전화를 걸어서 학교에 최고 지명수배자가 변장해 있다고 얘기해 줬을 뿐이에요.”


  교실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잠잠해졌다. 시미언 선생님은 받아칠 말이 목에 걸려버린 듯했다. 학생들은 서로를 차례차례 쳐다보았고, 당황한 듯 웅성임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너...너가 뭘 했다고?” 시미언 선생님이 울부짖었다.


  검볼이 히죽거렸다. “말해 드렸잖아요. FBI에 전화를-”


  콰앙.


  교실의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크고 두꺼운 가죽 부츠에 걷어차여 열린 것이었다. 부츠의 주인은 검은 전투복으로 무장하고는 비슷한 차림을 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다들 돌격소총을 들고 있었다.


  “FBI다! 다들 가만히 있어!” 한 사람의 입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미언 선생님과 학생들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몇몇은 그들을 둘러싼 긴장감에 가만히 있는 것이 힘들어 보였지만 말이다. 검볼은 태연하게 손을 들고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과 싸우고 있었다.


  사람들이 떼 지어 들어왔다. 그들의 총구가 이곳저곳에 겨누어졌지만 학생들을 향해서는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 으윽!”


  시미언 선생님은 커다란 요원 두 명에게 제압되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저항하는 그녀의 뼈밖에 없는 손목에 수갑을 채운 뒤 그들은 그녀를 교실에서 강제로 끌고 나가 복도를 통해 학교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나자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타이어의 끼이익 소리가 굉장히 소란스러워진 엘모어 중학교의 복도에 울려 퍼졌다.


  시미언 선생님의 교실에서는 검볼이 고개를 돌렸고 자신이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 그가 친구들과 뒤편에 서 있는 요원들을 향해 말했다. “스무고개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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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미언 선생님의 체포 이후 펩 페스트와 남은 학교 행사들은 모두 취소되었다. FBI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대한 소문은 엘모어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언론사에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수사관들과 언론사의 과격한 행동에 몇몇 군중들은 다투기 시작해 서로를 밀쳐냈다. 학생들과 학부생들도 이 사이에 끼어 있었다.


  브라운 교장이 마침내 검볼을 궁지로 몰아 그를 자신의 사무실로 끌고 갔을 때, 그는 검볼에게 왜 FBI를 호출했는지 캐물었다. 검볼은 아무런 걱정 없이 거짓말하며 대답했다.


  “FBI의 최고 지명수배자들의 명단을 봤던 게 기억이 났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시미언 선생님을 닮았던 것 같아서요. 혹시나 해서 일단 추측대로 찔러 봤어요.”


  검볼의 태연한 모습에 화가 난 브라운 교장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나보고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딱히요, 하지만 이게 제 의견인걸요, 그냥 그게 다예요. 어떻게 할 방도가 없으시잖아요, 안 그래요?”


  “이것 좀 보게? 그냥 그렇게-”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체포조의 대표 요원이 걸어 들어와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물었다. 브라운 교장은 흡족한 얼굴로 검볼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검볼은 시미언 선생님이 끌려 나갔을 때처럼 편안히 있었다.


  검볼은 요원에게 그가 지어낸 심증을 대강 설명해 주었고, 요원은 담담하게 이를 들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요원에게서는 격분한 태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일리가 있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브라운 교장이 검볼의 이야기를 들은 요원의 대답에 발끈하며 말했다. “선생님을 체포시키려고 꾸며낸 이야기가 대체 뭐가 일리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대표 요원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꾸며 냈다’니요? 이걸 똑똑히 보세요.”


  그는 전투복 재킷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교장에게 건넸다. 말문이 막힌 브라운 교장의 복슬복슬한 얼굴이 종이를 향하지 않았었다면 그는 놀란 검볼의 표정을 보았을 것이다.


  순전히 말도 안 되는 행운으로 지명 수배자 명단에 정말로 시미언 선생님을 닮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FBI가 찾고 있던 사람은 분명 남자였고 차 트렁크에 치인 듯했다.


  요원은 검볼의 경각심에 감사하며 악수를 건네고는 아무 말 없이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브라운 교장은 혼란과 분노에 씩씩거렸고, 검볼은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운이 좋은지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그는 생전 최고로 정신 나간 사건을 저질렀는데, 그럼에도 그는 아무 탈 없이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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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오자, 시미언 선생님이 구속되었다는 이야기가 오후 내내 뉴스에서 흘러나왔다. 니콜은 검볼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수십 번이 넘게 그를 안아 주었다.


  “아, 괜찮단다. 우리 꼬마 탐정님.” 그녀가 방긋 웃었다. “우린 언젠가 저 여자를 정의를 위해 철창 속에 집어넣을 테니까.”


  워터슨 가족은 거실에 TV를 켜둔 채 평범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미언 선생님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자, 온 가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루시 시미언.” 리포터가 개코원숭이의 격노한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민 채 말했다. “방금 구속돼서 입에 철과 양털로 된 재갈을 물리고, 공기 청정기 고문을 당하신 다음, 민감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수없이 받으셨죠. 그런데 이제 최고 지명수배자 10명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오해였다는 게 밝혀졌으니, 이제 무엇을 하실 건가요?” 그녀는 산성 액체보다도 매섭게 눈살을 찌푸리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검볼 워터슨을 죽여 버리겠어!”


  뒤편에서 헉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TV에 대고 뭐라고 말한 건지 깨달은 시미언 선생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잠깐! 내가 하려던 말은-”


  그녀가 제압되어 바닥에 넘어지자 카메라들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그녀는 다시 무장 수송차량으로 옮겨졌다.


  검볼의 입이 벌어지기도 전에, 그의 어머니가 펄쩍 뛰어들어 그를 양팔로 높이 들어올렸다.


  “이얏호!” 니콜이 소파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자랑스럽게 소리쳤다. “저 여자가 드디어 해고당했어! 네가 해고시킨 거야! 사랑한다, 검볼! 사랑해!!!”


  따뜻한 온기가 어머니의 팔을 통해 검볼에게로 전달되는 듯 했다. 물리적인 의미의 온기와는 사뭇 다른, 무언가 수년간 느껴보지 못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지만, 어머니와는 달리 검볼의 마음 속 한 편에서는 이 순간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내일이 되면, 오늘 하루는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시미언 선생님은 다시 학교로 복귀할 테고, 지금만큼이나 그를 경멸할 것이었다. 펩 페스트도 계획대로 진행되어서 모두가 각자의 일정에 맞추어 계속 살아갈 것이다. 시계에 적힌 숫자처럼 모두 계획대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시할 수 없는 한 가지, 그의 가족들의 기분도 원상태로 돌아올 터, 다시 화내고, 실망하며 그를 싫어하게 될 것이었다.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들의 화, 슬픔, 불만이 서린 얼굴들이 말벌 떼처럼 난폭하게 붕붕거리며 그의 마음속을 헤집고 무자비하게 그를 쏘아댔다. 검볼은 여러 번의 반복을 겪으며 이런 행동들에 거의 익숙해져 갔다. 분노에 찬 외침, 실망이 가득한 인상, 불쾌한 일들로 찡그린 얼굴들. 모두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팠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모든 일을 전부 꿰차고 있었기에 가족들의 행동은 그다지 놀랍거나 더 이상 큰 충격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자신의 가족들이 그에게 화가 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어딘가 그를 가시처럼 찔러 왔다.


  검볼은 이 골치 아픈 생각을 비워내려 머리를 흔들었다. ‘하,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가족들이 그런 게 뭐 어쨌다고? 그냥 늘 그래왔던 일이잖아. 엄마는 굉장한 다혈질이시고 아나이스는 평소에 늘 나한테 까칠했었지. 다윈도 화를 낼 거라는 건 좀 슬프긴 하지만, 이미 내 손 밖의 일이고. 그러면 아빠는? 아빠야 뭐, 시간이랑 과자 좀 드리면 결국엔 모두 잊어버리실 사람이니까.’


  검볼은 식탁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고는 남은 맥 앤 치즈를 마저 먹었다. 그는 빵가루로 코팅된 부드러운 마카로니를 우물거리며 최근 반복에서 일궈낸 즐거운 일들로 생각의 방향을 틀었다. 그에게는 주도권이 있었다.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아직 해보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가족들이 속상해 한다고 해도 그는 그저 계속 나아가며 다른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다가갈 것이다.


  그의 어깨에 새겨진 검은 표식이 바로 모든 일들이 잘 되리라는 증표였고, 면책의 계약이었다. 오늘은 ‘그’의 것이었다. 그는 오늘을 즐거운 날로 만들고자 할 것이었고, 거기에 의문점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검볼이 생각하지 않고 있던 의문이 한 가지 있었다. 그의 이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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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제가 원래 의도했었던 건 검볼의 국토 안보부 장난입니다. 그런데 좀 지나치다 싶었거든요...


아, 모르겠다. 어찌됐건 그냥 쓸래요! (짧은 버전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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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Penguin]


 12장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뒤로는 부록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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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정말로요.” 검볼은 거짓말이 서툰 아이처럼 등 뒤에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그냥 DHS에* 학교에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전화해 뒀어요.”

  *역주: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국토 안보부.


  침묵이 교실을 마치-


  콰앙!


  문이 세차게 튕겨져 나가 바닥에 조각난 채로 흩어졌다.


  “국토 안보부에서 나왔다. 다들 가만히 있어!”


  요원들이 FBI의 것보다 훨씬 위험해 보이는 두툼한 검정색 방탄복을 입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모두가 하늘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검볼은 느긋하게 했지만) 겁에 질린 학생들은 요원들이 머리에 기관총을 겨누며 가까이 다가오자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검볼은 반 아이들을 향해 등을 돌린 채로 웃으며 몸을 웅크렸다. 시미언 선생님은 요원 두 명의 손에 던져져 칠판에 들이받혔다. 이윽고 한 사람이 검정색 자루를 그녀의 머리 위에 씌운 뒤 총에 달린 개머리판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학생들이 눈치 채기도 전에, 시미언 선생님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몇 분이 지나고, 엘모어 중학교를 둘러싼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쟁통처럼 변해 버렸다. 페니와 여자 아이들은 DHS의 도착에 부둥켜안고 있었다. 많은 남자애들이 벽을 따라 구석에 앉아 요원이 창문 너머로 날아들기라도 하는 듯 불안하게 사방팔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검볼만이 유일하게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이었다. 그는 태연하게 지어낸 경위를 요원들에게 진술하고 있었다.


  ‘흠...’ 그가 생각했다. ‘아무래도 조금 덜 과격한 편이 나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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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C에다* 급하게 전화를 했어요. 이 교실에 있는 누군가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질병에 걸렸다구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요.” 검볼이 악의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그거 감염병이예요.”

  역주: Center for Disease Control, 질병 통제 센터.


  그 거짓말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학생들은 불안한 듯이 서로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고, 웅성이는 소리가 급속도로 커져갔다. 모두가 알듯 질병에 엄청난 공포를 갖고 있던 테리는 이 지어낸 소식에 광적으로 변해가 자신이 입고 있던 흰색 점퍼보다도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책상 아래에 있던 그녀의 가녀린 두 다리는 덜덜 떨렸고 그녀의 겁에 질린 시선은 어딘가 들어가 숨을 수 있는 안전하고 깨끗한 장소를 찾는 듯 황급히 이곳저곳을 쏘아보았다.


  웅성임은 문이 벌컥 열리자 곧바로 잠잠해졌다. (문이 쓰러지진 않았고, 그냥 엄청 세게 밀쳐졌다)


  이걸로 쐐기가 박히는 셈이지. 검볼이 씨익 웃었다.


  “이런 세상에!” 한 사람이 소리쳤다. “바이러스가 이미 퍼져 버렸어! 이 털들이랑 주름 좀 봐!”


  “눈까지 뒤덮어 버렸어요!” 한 여자가 선생님의 머리를 가리키며 경고했다. “뱀으로 변하고 있다고요!”


  “이봐!” 시미언 선생님이 소리쳤다. “궁금해서 말인데, 대체 무슨 일이-”


  “진정제!” 여자가 소리쳤다. 이윽고 커다란 주사기가 시미언 선생님의 팔에 푹 꽂혔다. 거의 곧바로 그녀의 모습은 녹아내리는 듯 변해 근육의 힘이 풀렸고, 얼굴은 축 쳐졌다.


  “이 사람을 서둘러 격리시킨 다음에 화학 약품으로 소독시켜! 나머지는 여기 남아서 아이들을 기절시켜!


  검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잠시만요, 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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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SS에* 전화를 걸어서 선생님한테 생명 유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뒀어요.”

  *역주: Portable Life Support System, 휴대용 생명 유지 장치.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비켜 주세요!” 한 남성이 소리를 질렀고, 몇몇 사람들이 반복했다.


  일행들이 서둘러 들어와 시미언 선생님을 의자에 묶었다. 이윽고 커다란 의사 두 명이 그녀의 고개를 억지로 숙이게 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링거액과 연결된 주사바늘을 팔 앞부분에 밀어 넣었다. 시미언 선생님의 비명소리는 그녀의 입을 덮은 한 의사의 커다란 손에 사그라들었다.


  “우와.” 새로운 환자를 내려다본 간호사가 말했다. “진짜 30만 살이에요?”


  시미언 선생님이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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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히 ISCC에* 전화를 걸어서 선생님께서 함께하고 싶어 하신다고 말씀드렸어요.”

  *역주: International Society of Circus Clowns, 국제 서커스 광대 협회(이쪽은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쾅!


  교실 문과 커다란 벽이 소형차에 의해 넘어갔다. 차는 밝은 계열의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줄무늬가 칠해져 있었고, 타이어는 평균보다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특이했던 부분은 트렁크에 큼지막한 태엽이 튀어나와 있었다는 점이었다. 차 문이 벌컥 열리고 서른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광대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할리우드의 과감한 메이크업 팀처럼 시미언 선생님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들이 흩어지자, 시미언 선생님은 40 사이즈짜리 바지에 땡땡이 우비, 하얀 얼굴 분장을 했고, 양 갈래로 솟아오른 머리에는 푸른색과 녹색으로 염색이 되어 있었다.


  “안녕하신가, 시미언 양.” 헬륨으로 목소리가 높아진 광대 남성이 말했다. “국제 서커스 광대 협회에 온 걸 환영한다!”


  “반가워!” 광대들이 짜증난 시미언 선생님에 얼굴에 대고 경적을 울려대며 환호했다.


  “건배.” 검볼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솜사탕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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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히 DA에 전화를 걸어서 암흑(Dark)의 침공이 코앞이라고 말해 뒀어요.”


  전기톱이 교실 문을 뚫고 들어오더니 문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검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다른 아이들처럼 문이 부서지자 겁에 질려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계속 옮기었다. 복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재단기와 화분, 클립보드를 들고 서 있었다.


  “누가 바크(Bark)의 침공이라고 했나?” 도끼를 든 근육질의 남성이 물었다.


  검볼이 인상을 썼다. “아니, 젠장. 그 DA가 아니라! 제가 찾던 건...” 그러곤 그는 멈추었다. “아, 그렇네...됐어요. 거길 부르면 저작권 침해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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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Penguin]


 DA가 무슨 패러디인지 몰라서 구글을 좀 뒤져봤는데 찾기에는 단서가 부족한 모양이라 그냥 저렇게 두기로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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